지난 4월 17일 시작된 회사채 수요예측제도가 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변경된 제도 중 가장 영향력이 커 회사채 발행이 필요한 회사들이 서로 눈치 보기도 하고, 증권사들은 대표주간사 선정을위해 어떻게 발행사를 접근해야 할 지 전략수립에서도 상당한 공을 들였던 제도다.
시행 2개월을 넘긴 이 제도는 초기의 주춤거림이 어느정도 사라지면서 회사채 발행물량은 예전과 같이 정상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족적을 남기면서 안착해 가는 모습이다.
그간 드러난 운영상 문제점은 제도적으로 정비돼야 할 숙제로 남겨졌지만, 수요예측을 통해 회사채발행이 '시장'과 호흡을 같이 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보다 성숙하게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뉴스핌은 4회에 걸쳐 지난 2개월간 회사채 수요예측제도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진단한다.<편집자주>
[뉴스핌=이영기 기자] 회사채 수요예측제도 도입 후 2개월이 경과하면서, 그간 적응과정에서 웃지못할 사건들이 벌어졌다.
증권신고서가 잘못돼 정정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연기되는가 하면, 수요예측에 참가해 놓고 막상 청약하지 않아 불량투자자 딱지를 붙여야 하는 증권사도 생겨났다.
공교롭게도 대표적인 경우가 모두 BS금융과 관련이 있어 새삼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지난 18일 BS금융지주는 회사채 1000억원을 무사히 발행했다. 굳이 '무사히'라는 표현을 빌어 쓴 이유는 당초 지난 13일에 발행이 예정됐지만 5일이나 늦춰 발행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BS금융이 금융감독원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 내용이었다.
문제의 내용은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사항'의 12번째 항목인 '등록청구'의 내용에 대표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 대신에 '공동대표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라는 내용이 들어갔던 것.
금감원의 정정요구에 따라 이 내용은 '대표주관회사인 하나대투증권'으로 수정됐고,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일정이 닷새뒤로 미뤄진 것이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유수한 IB들도 견본(Red-Herring)을 사용한다"면서 "작성과정의 단순한 착오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기재오류에 대해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반면, 회사채 발행사를 포함해 유관 기관들이 증권신고서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 회사채 전문가는 "이같은 실수는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요식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라며 "발행회사뿐 아니라 관련기관들이 투자자보호를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BS금융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회사인 BS투자증권이 수요예측 시행 후 첫 불성실 수요예측 참가자라는 불명예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수요예측제도 도입을 검토할 때부터 수요예측에 참가해놓고 나중에 발행시 청약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에 대해 제재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아니나 다를까 BS투자증권은 대성산업의 회사채 1000억원의 수요예측에서 100억원 참여해 배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발행당일인 지난 5월 25일에는 청약하지 않았다. 납득할만한 사유가 없다면 불성실 수요예측 참가자로 지정될 지경이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르면 대표주간사가 신고하면 투자자와 대표주관사의 의견서를 받아 자율규제기획부에서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되면 이후 한 달 동안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제재수위의 적절성을 차치하고더라도 제도에 적응하는 증권사의 애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이런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두고 어떤 특정 금융그룹을 너무 몰아 세울 필요는 없다"며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학습비용을 대신 치러주는 셈"이라고 미소로서 웃음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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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