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성루머 시장질서 확립차원 강력 대처 필요
[뉴스핌=이강혁 기자] "대응하기도 그렇고, 손놓고 있자니 문책이 두렵고. 뭘 어찌해야될지 난감합니다. 소문인지 사실인지 우리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데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죠."
10대 그룹사의 한 홍보임원은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것이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서 곤혹스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그룹 대부분은 루머와 팩트의 경계에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오너가 어쨌다더라, 어디를 인수한다더라 등 손놓고 있기도 어렵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힘든 현안들이 시장의 이슈로 자주 부각되기 때문이다.
최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이혼설'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해외출장길에 올라 있는 상태여서 사실확인이 쉽지 않은 상태였고, 더구나 횡령 혐의 등에 대한 법정공방까지 진행되는 마당이어서 대응의 수위를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최 회장의 이혼설의 핵심 골자는 최 회장이 부인인 노소영씨와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혼을 위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한 것도 아니고 결심이라는 게 본인들만 알 수 있는 사안인지라 누구도 루머다 팩트다를 단정지어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것이 루머이든, 그것이 팩트이든 오너를 보호해야될 그룹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그룹은 현재 "사실무근"이라는 공식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사태 진화에 나선거지만 파장을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각종 포탈사이트는 물론 트위터 등 SNS를 통한 파급에는 손을 놓고 있는 지경이다.
급기야 SK그룹은 출장 중인 최 회장에게 사실 관계에 대한 답을 듣고 '사실무근'을 재차 확인했다. 사안의 진원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으로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게 그룹 차원의 입장이다.
SK그룹의 한 내부 관계자는 "직장생활하는 입장에서 오너에게 맞냐 안맞냐를 직접 물어보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지 않겠냐"면서 "홍보조직의 경우는 대외 관리에 대한 문책이 있을 수도 있는 문제인데 결코 대응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주요그룹 중 어느 곳보다도 루머와 팩트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제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보니 하루에도 수차례 다양한 이슈들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계열사에 대한 지분매각설이, 어느 날은 인수합병(M&A)의 중심으로, 어느 날은 오너와 얽힌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터져나오는 곳이 바로 삼성이다.
삼성은 이런 이슈들에 대해 비교적 일관된 대응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 경영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해명을, 오너의 이슈에 대해서는 그룹 경영과 개인사의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찔한 이슈는 어쩔 수 없이 속을 끊게 마련이다. 최근 대표적인 것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삼성가 형제들의 상속분쟁이 시작되면서 터져 나온 '삼성 음모론'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CJ그룹측으로부터 룸싸롱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한 정보문건이 공개되면서 삼성이 오너의 상속분쟁에 대한 대응으로 이런 사실을 언론사에 흘렸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었다.
SNS 등 뉴미디어를 통해 '삼성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제기됐고, 이를 한 매체가 기사화하면서 삼성의 정보력, 삼성특검의 문제 등이 엮겨 포장돼 마치 삼성의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을 받았던 사안이다.
삼성은 당시 "소셜미디어상에 떠도는 소문만으로 근거 없는 기사를 올렸다"면서 이례적으로 자체 블로그에 반박성 입장을 표명하는 등 사태를 겨우 진화했다.
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둘러싼 각종 '설'은 물론 M&A, 계열사간 합병 등 미확인 소문들 속에서 때론 멍들고, 때론 울고, 때론 어이없어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루머는 그나마 웃고넘길 수준이지만 내부에서조차 극비사항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나름 근거는 있지만 누구도 팩트라고 말하기 힘든 이슈에 대해서는 홍보라인 전체가 하루에도 몇번씩 초비상 상태에 들어간다.
최근만 하더라도 계열사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설이 시장을 뜨겁게 달궜고, 유명 브랜드와의 제휴설, 생보사 인수설, 자체 병원 설립설 등 곤혹스러운 이슈의 중심에서 냉가슴을 앓았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오너, 경영 등과 관련한 미확인 이슈는 기업은 물론 시장질서를 흔들 수 있도 있는 문제"라면서 "미확인 정보가 글로벌 경쟁력 차원의 브랜드 이미지로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난감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인사는 "기업 이미지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한 이슈들은 분명한 스크린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따른 기업의 이미지 훼손은 결국 국격 측면에서도, 시장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경계해야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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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