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자본시장이 경고 신호를 날로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국채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한편 유로존 은행간 자금거래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 역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 후 첫 실시한 이탈리아의 국채 발행에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탈리아 역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45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 발행 금리는 평균 5.3%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 12월 이후 최고치인 동시에 전월에 비해 140bp 급등한 수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등급을 'A3'에서 정크의 한 단계 위인 'Baa3'로 세 단계 내린 가운데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도 수직 상승했다.
이날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계 수위로 불리는 7%를 '터치'한 후 16bp 오른 6.92%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1분기 11.2% 떨어진 데 이어 올해 1분기 12.6% 하락,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문제의 핵심인 금융권 부실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TX 캐피탈의 마르쿠스 허베르 트레이더는 “이날 이탈리아의 국채 발행 결과는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회피 심리가 얼마나 강하며,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사데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토나벨 재무학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아직 스페인에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유로존 금융시장 지표 역시 극심한 경계감과 스트레스를 드러내고 있다. 3개월 리보는 0.46785%로 6월 초 가파르게 상승한 후 내림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스왑 스프레드 역시 30.44bp에서 31.25bp로 상승,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위기가 악화될수록 독일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원국 탈퇴를 포함해 유로존의 근간에 타격이 가해질 경우 독일 역시 그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프랑크푸르트 트러스트의 랄프 아렌스 채권 헤드는 “위기가 깊어지면 결국 재정 통합과 부채부담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는 곧 독일의 재정 및 신용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시아란 오하건 전략가 역시 “위기가 독일 경제에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부채위기의 전염은 이미 시작됐고 누군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