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체험…대공황 두려움 잔존
오는 17일 '그렉시트(Grexit)' 여부를 판가름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와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 신청에 나선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심상찮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수장마저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작금의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각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위기는 '일본경제 장기불황'의 서곡이나 다름없는 만큼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 모든 주체가 '글로벌 장기불황'에 서둘러 대비해야한다는 게 뉴스핌의 판단이다. 이에 뉴스핌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관점에서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자는 의미로,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국과 각계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뉴스핌=배군득·강필성 기자]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주요 품목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자본재 등 수입이 위축돼 수출입 증가세는 정체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선, 철강 등 전통적인 공장 사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잇따른 수주 취소를 겪은 경험이 있어 이번 유럽발 대공황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마나 자동차 부문은 FTA 효과로 아직까지 대공황의 직격탄에서 피해 있는 상황이지만 석유제품, 철강 등은 단가 상승 요인 완화와 수요 부진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EU 재정위기 지속, 중국 경제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의 대폭 증가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하반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가중, 중장기적으로도 위험요인이 산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관련 내용과 무관함. <사진자료=뉴스핌DB> |
조선업계는 현재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미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수차례 수주 취소를 경험한 바 있다. 때문에 ‘대공황’에 대한 공포도 극심하다.
현재에도 조선업계는 수주잔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더욱이 이전과 같이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의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자연스럽게 선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업계 CEO들도 선주들과의 스킨십을 위해 지난 4일 열린 그리스 아테네 메트로폴리탄 엑스포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2012’에 참여하는 등 자구책을 내고 있지만 대부분 빈손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금융의 80%가량을 담당하는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시작된 만큼 당분간 해운 시황과 조선업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계의 불황은 고스란히 철강업계의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박용 후판 매출이 줄어드는데다 가격에 대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철강수요회복 지연과 예상보다 약한 철광석 가격 상승세가 실적악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게 철강”이라며 “대형 조선사들은 철강업체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최근 몇 년간 두자리수 영업이익률을 올려오던 철강업계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일제히 한자리수로 추락했다.
물론 철강업계가 손 놓고 당하는 상황만은 아니다. 일부 대형 철상업계는 자사 제품의 브랜드화 및 고급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악재 속에서도 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정유업계도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실적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방향족제품 시황이 급락하고 있는 것. 유가하락과 더불어 캐쉬카우였던 화학사업마저 주춤하면서 정유사의 이익 감소가 현실화 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불경기에 대한 우려가 깊다. 체감경기가 악화될수록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자동차보다 경차로 수요가 쏠린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신차 발표 및 디젤 자동차를 통해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감소와 치열한 경쟁으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우려처럼 내수용 자동차 판매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반면 TV, 냉장고 등을 위시한 전자업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부품은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에서 귀국할 당시에도 유럽 재정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지만 전자 업종 등은 괜찮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올해 전자 산업의 경우 스마트폰 성장률이 30%에 달하고 TV는 유로 2012, 런던 올림픽, 디지털 방송 전환 등 기회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역시 모바일 디램, 비메모리 시장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AMOLED가 LCD를 대체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선제적 투자 확대로 후발업체와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들에 의한 글로벌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내 과점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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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