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우선, 뉴스핌 창간 9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제1회 서울 이코노믹 포럼'의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이런 의미있는 포럼을 준비하고 초대해 주신 민병복 대표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덧 4년이 되어갑니다. 2008년 미국의 월가에서 시작된 시장의 불안과 혼란은 유로존의 재정문제로 이어져 아직도 세계경제를 침체속에 가두어 놓고 있습니다.
언제쯤 이 위기에서 세계경제가 완전히 회복될지 어느 누구도 확실히 답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4월 IMF 라가르드 총재는 향후 세계경제에 대해 “봄바람속에 가벼운 회복세가 보이나, 수평선위로 매우 검은 구름도 또한 보인다”며 일기예보와 같은 경제전망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최근 세계경제는 변덕스러운 봄날씨와 비슷합니다. 어떤 날은 벌써 봄을 넘어 여름이 온 것처럼 느끼다가도, 자고나면 비바람과 함께 추위가 몰려오는 것이 요즘의 날씨이고, 또한 지금의 경제환경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이처럼 글로벌 위기가 언제 끝날지는 불명확하지만, 확실하고 분명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위기이후 세계경제의 모습은 그 이전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간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선진국 경제의 장기 침체, 고용없는 성장이 초래한 소득 양극화의 심화, 시장만능주의에 도취된 금융시스템의 부실화 등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점들은 그간 세계경제를 이끌어온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고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이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저는 지난주 ADB 연차총회 등에 참석해서 세계 각국 대표들과 대화하며 느낀 세 가지 키워드(Key Word)를 중심으로 위기이후의 대안과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위기이후의 대안, 그 첫 번째 키워드는 Asia입니다.
ADB는 아시아지역 경제가 유로존 위기등에 따른 세계경제 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올해 6.9%, 내년에는 7.3% 성장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는 지난 2001년~2010년 기간중 연평균 9.4%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시현하였으며, 그 결과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기준으로 28%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위기이후 선진국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제 아시아는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ADB 전망에 따르면, 이와 같은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 아시아의 1인당 GDP는 구매력기준으로 4만 달러를 넘어 현재의 유럽수준이 되고, 아시아 경제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의 두 배에 달하는 52%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는 아시아가 전세계 GDP의 60%이상을 차지하던 1800년대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아시아의 재부상(Reemergence of Asia)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Century of Asia)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유로존 위기등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비하여 튼튼한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아시아는 이미 1990년대 후반 쓰나미와도 같았던 금융·외환위기에 의해 성장기반이 크게 흔들렸던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주재한 금번 ASEAN+3 재무장관회의에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규모를 1,200억불에서 2,400억불로 확대하고, 지역금융안전망 최초로 위기예방기능을 도입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금융안전망의 경우, national, regional, global level의 세 가지가 상호 보완적으로 역할을 잘 분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시아의 경우 개별 국가차원에서 총 3조 5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있고, 글로벌 차원에서 지난번 G20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4,300억불을 넘는 IMF 재원확충에 합의한 데 이어, 역내 안전장치로서 금번에 CMIM을 획기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금융안전망 구축이 어느 정도 완결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역내 금융협력의 확대이외에 역내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선진국에 대한 수출에 주로 의존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더 많은 수요를 역내에서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인도 등 역내 대규모 경제가 구조개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내수기반을 확충해야 하며, 아울러 아시아 국가간 FTA 체결을 확대함으로써 역내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위기이후의 대안, 그 두 번째 키워드는 Balance, 즉 균형입니다.
여러분 모두 “아랍의 봄”, “재스민 혁명”, 그리고 “Occupy Wall street"와 같은 용어에 익숙하실 것입니다. 이는 모두 글로벌 위기 이후 심화된 소득 불균형문제가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 최근의 사례들입니다.
올해초 영국의 Financial Times는 “Capitalism in crisis”라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는데, 자본주의 위기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시장만능주의에 의한 균형의 상실입니다.
이에 따라 위기이후의 새로운 대안에서는 성장과 복지, 경쟁과 공존, 시장과 정부, 이 모든 관계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성장과 복지간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번 ADB 연차총회에서도 아시아의 증가하는 불평등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각국 대표들이 모두 공감한 불평등 해소방안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었습니다.
포용적 성장은 사회의 모든 주체가 경제성장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에게 그 “참여”는 곧 “일자리”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득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친화적 성장”, “일하는 복지”를 구현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람직한 성장과 복지의 균형이라고 믿습니다.
자칫, 상대적인 소득불균형 해소나 복지 확대에만 집착하여 국민 모두의 복지수요를 정부가 책임져야한다는 주장은 정부만능주의와 비효율의 확대라는 또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용친화적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각종 세제․금융제도를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청년층에 대한 맞춤형 직업훈련 강화,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재고용 촉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위기이후 준비에 있어 우리가 유념해야 할 세 번째 키워드는 바로 Climate change, 기후변화입니다. 금번 ADB 총회에서 만난 태평양 도서국의 대표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점을 제기하였습니다.
몰디브, 키리바티와 같은 섬나라의 경우 매년 해수면 상승이 눈으로 느껴질 정도이며, 이에 따라 수몰에 대비해 전국민을 호주·뉴질랜드 등 인접국으로 이주시키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는 이런 소규모 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ADB는 해수면 상승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 세계 20대 도시중 15개가 아시아에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향후 아시아 지역 성장이 3~1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는 또한 에너지 안보의 문제이기도 하며, 특히, 요즘처럼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긴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별 국가차원의 노력으로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 및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 등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및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파급효과가 국가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 대응도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협력의 핵심분야중 하나가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GCF 사무국 유치를 공식적으로 신청하였습니다.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Green Growth)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벌거벗었던 산림을 “식목일”과 같은 범국민적 노력으로 OECD 국가중 4위의 푸른 산림으로 만든 나라입니다.
또한, 우리는 4대강 프로젝트를 통해 홍수예방이라는 전통적인 치수를 넘어 환경과 생활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든 나라입니다.
이런 점에서 GCF 유치는 단순히 국제기구 하나를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그간 축적한 녹색성장분야 경쟁력을 토대로 위기이후 세계경제를 이끌 대안의 하나인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는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참석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
참석자 여러분. 지금까지 글로벌 위기이후를 준비하며 생각해봐야 할 세 가지 키워드, ABC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정부 또한, 지금 처한 글로벌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함과 동시에, 보다 먼 시야를 가지고 위기이후 미래발전전략을 다듬어나가는 노력도 충실히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선, 최근 프랑스 대선 및 그리스 총선 결과 등으로 다시금 불안감이 상승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주요 경제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필요한 경우 美·中·日 등 주요국과 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를 계속 추진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견실하게 글로벌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위기이후를 대비한 미래 전략으로 성장, 사회통합, 미래위험 등 3대 분야에 걸쳐 인재양성 등 10개 세부과제를 선정하여 범정부적이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중장기 보고서를 올해안에 작성할 계획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현 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어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저는 앨런 맬처(Allen Meltzer) 교수의 이 말을 제일 좋아합니다.
“실패없는 자본주의는 죄가 없는 종교와 같다.” (Capitalism without failure is like religion without sin.)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역사는 끝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실패를 이겨낸 역사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글로벌 위기는 또 다른 도전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지만, 우리는 역시 조만간 더 나은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거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포럼이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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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