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전병헌 "밀실 야합" 비판…후보단일화 가능성도
[뉴스핌=노희준 기자]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박지원 의원에게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의 역할분담론('두톱시스템')을 제안하면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국면이 요동치고 있다.
이낙연·전병헌·박기춘·유인태 후보 간 4파전 양상을 보이던 기존 원내대표 경선 구도에 새로운 돌발변수가 등장한 데다 기존 후보들이 '야합' 우려가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해찬 의원은 25일 박지원 최고위원을 만나 "내가 당 대표하고 당신이 원내대표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문재인 상임고문을 만나 이런 제안에 대해 사전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최고위원은 이 의원의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 오전에 좀 더 얘기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의 역할분담론에는 야권 원로 모임인 '원탁회의'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최고위원은 "저로서는 재야에서 민주당에 때때로 좋은 충고를 해주는 원탁회의에서 그렇게 '투톱시스템'으로 해서 비노(노무현)-친노 이 구도를 허물고 일치단결해서 정권교체로 가는 길이 좋다는 권고를 어제 받았다"고 말했다.
◆ 이낙연·전병헌 의원 반발
이에 대해 이미 원대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낙연·전병헌 의원 등은 즉각 '담합'과 ' 야합'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고 나섰다.
호남 출신으로 박 최고위원과 가까운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은 정권교체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라고 설명됐지만, 그 본질은 담합"이라며 "'이-박 담합'은 민주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대통령후보가 관여한 담합이어서 그 체제가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한다"며 "'이-박' 역할분담의 취지가 정권교체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라면, 특정 대선후보가 관여하지 않았어야 옳다"고 비판했다.
'특정 대통령후보'는 이해찬 총리가 만난 문재인 상임고문을 겨낭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박'담합은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옳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수용할 수 없다. 원내대표 선출을 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대표 선거가 당권을 염두에 둔 특정 인물의 '나눠먹기식 밀실야합'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이자 독립적 헌법기관인 국회위원을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는 수단쯤으로 여긴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그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또 다시 '친노, 비노, 호남, 비호남' 등의 낡고 분열적인 계파 지역연고의 낡은 틀에서 치러진다면 국민에게 감동은커녕 분노와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며 "그만큼 정권교체의 길은 험난해 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 기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이런 가운데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의 역할분담론이 실제 이뤄진다면 이에 맞서 나머지 원내대표 후보들의 후보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낙연 의원은 일단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고, 전병헌 의원은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면서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일단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전날 박 최고위원에게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죄송하지만 'GO'하겠다(출마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의 이에 대한 반응은 아직 없다고 그는 전했다.
전 의원도 브리핑 후 "가장 선진적인 경선문화가 돼야 할 원내대표 경선 문화가 가장 낡은 경선문화로 돼 있는 것을 혁파하겠다는 입장에서 중도에 포기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그것에이-박 담합)에 대해 크게 염두해 둘 만한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다른 의원들의 반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을 지지하기로 한 15명의 의원 가운데) 다수는 이것이 옳지 않아 그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중 일부는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도 '주변 동료의원들과 의견을 나눠봤느냐'는 질문에 "적절치 않고 옳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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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