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대응, 끊임없는 설득이 ‘초대형 대박’ 비결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현대 경영활동의 핵심 수단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마케팅은 물론 기업 핵심가치를 꾸며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진정성이 담겨있는 스토리텔링 기법 및 경영관은 궁극적으로 비전기업을 만드는 데에 큰 몫을 한다. 뉴스핌은 창간 9주년 기획물로 스토리텔링 경영의 중요성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당 성과물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핌=김기락 기자] 올해 조선업계는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조선업체들의 사활을 건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로 인한 일반 상선 발주 감소,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인한 선가 하락 등은 조선업체에게 거친 ‘파도’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1만8000TEU 컨테이너선을 대거 수주함으로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을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의 머스크가 초대형 선박을 20척 이상 발주함으로써 시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며 “앞으로 해운업계에도 규모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 빠른 선제 대응을 통한 수주 기회 확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1만8000TEU 컨테이너선은 규모면에서 다른 선박을 압도한다. 이 배는 길이 400m, 폭 59m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를 합친 것과 같다.
이를 바탕으로 길이 6m, 높이 2.5m의 컨테이너를 최대 1만8000개까지 적재할 수 있다. 이는 일렬로 쌓을 경우 그 높이만 45km에 달하고 에베레스트 산 5개를 합친 높이와 맞먹는다.
이런 초대형 선박을 한 척도 아닌 수십 척을 한 조선소에 발주한다는 것은 선주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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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1만8000TEU 컨테이너선을 대거 수주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배는 길이 400m, 폭 59m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를 합친 것과 같다 |
때문에 선주인 머스크 사는 프로젝트 진행을 결정하면서 면밀히 세계 시장조사를 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은 있었지만 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일본의 경우는 기술력은 있었지만 높은 가격과 설계인력 부족 등으로 인한 취약성 등이 드러났다.
결국 머스크는 적당한 가격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풍부한 인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체들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대응은 빨랐다. 프로젝트 발주 정보를 입수한 대우조선해양은 즉시 영업·설계 부문의 핵심 인력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수주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것이다.
기술력에 있어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차이가 미미한 만큼 영업력과 선주의 요구에 얼마만큼 잘 부응하는가가 이번 수주전의 관건이 됐다.
▲선주의 까다로운 요구도 ‘OK’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맞춤식 설계
당시 머스크는 보다 ‘친환경적(Environment friendly)’이고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이룰 수 있으며 ‘연료효율성(Energy efficiency)’까지 확보 가능한 소위 ‘트리플-E’ 선박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2000명이 넘는 자사의 풍부한 설계 인력 풀(Pool)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설계로 대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의 친환경성 강화를 위해 ▲폐열회수장치 등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 장치 장착 ▲LNG 주연료 엔진 개발 등 선주를 만족시킬만한 기술들을 제시했다.
또 최적화된 선형 설계를 제시함으로써 운항속도는 유지하면서도 연료소모는 줄이는 경제성도 확보했다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와 연료효율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설계팀은 ▲케이블은 적게 쓰면서 높은 전력을 발생시키는 하이 볼트 스위치보드 ▲냉동보관이 필요한 화물에 냉매를 쓰지 않고 냉각수를 쓰는 워터 쿨링 시스템 등을 내세웠다.
이들 장치는 선박건조에 필요한 제작기간과 비용에 있어 조선사에 불리한 기술들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해운사인 머스크의 요구에 부응하고 또 최고 사양을 가진 선박을 건조해 내겠다는 목표 아래 선주에게 제안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사장 이하 모든 실무진들이 밤을 새워가며 협상 준비에 나섰다. 특히 직접 협상을 담당하는 영업 부서 직원들은 마지막 가격 협상이 진행된 시점부터는 매일 새벽 2~3시까지 대기하면서 협상에 매달렸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협상 과정에도 단순히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만 내세우지 않았다. 선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장기적인 파트너쉽 구축을 약속하면서 머스크 측으로부터 대형 프로젝트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동반자임을 각인시킨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11년 2월 세계 최초로 1만8000TEU 컨테이너선 10척의 수주를 성사시켰다”며 “여기에 같은 해 6월 추가로 10척을 더 수주해 한화로 총 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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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