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살 깍기냐'… 월가 IB들, 곱지 않은 눈초리
[뉴스핌=김사헌 기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겸 머니매니저인 미국 블랙록(BlackRock)이 올해 월가 유통시장을 거치지 않고 채권을 직거래할 수 있는 '알라딘 거래망(Aladdin Trading Network)'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거래 플랫폼은 블랙록의 뉴욕 자회사인 '블랙록 솔루션스'가 운영하게 되는데, 국부펀드와 보험사 및 여타 머니매니저 등 모두 46곳의 고객사들이 회사채와 모기지증권 그리고 여타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 플랫폼 거래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증권사)들이 부과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3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이 직접 운용하는 전자거래 허브는 당초 월가 대형투자은행들이 중개하던 채권거래를 대체하게 됨으로써 월가의 '제 살 깍아먹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블랙록 측은 자신들의 플랫폼이 월가의 중개 기능을 일부 대체하게 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투자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또한 월가의 시장유동성 제공 능력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리처드 프레이저 블랙록 전무이사는 "월가와 제 살 깎기 경쟁은 아니다"라며, "수수료 부담을 줄이면서 이를 고객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로렌스 D.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월가 은행들이 증권 사고팔고 중개과정에서 너무 큰 폭의 '스프레드'를 챙긴다는 비판을 고수해왔다.
블랙록 솔루션스의 플랫폼은 동일한 증권을 사고 파는 경우 이를 서로 매치해주는 이른바 '크로스 거래'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이 '알라딘 거래망'은 또 월가 투자은행들과 계약을 통해 이들이 시스템 내에 호가를 제공하도록 하고, 투자은행 간에 직접 거래할 수 없는 경우 이 시스템을 경유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가 일부 은행가들은 채권시장에 수천 가지의 거래량이 미약한 채권들이 존재하는 만큼 '알라딘 거래망'이 월가 채권거래의 큰 부분을 잠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월가 매너매니저들이 대부분 자신의 호가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랙록이 올해 연말까지 개시하고자 계획하는 이 '알라딘 거래망'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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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