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가장 많이 가져온 사람" VS "날치기 막아낸 농민 대변자"
19대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3월 29일 시작됐다.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정치권력을 누가 쥐느냐의 갈림길이다. 특히 여야가 전력을 기울여 사수하고자 하는 격전지들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전장(戰場)이다. 뉴스핌은 4·11 총선 격전지 중 특히 한국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후보들이 맞붙은 수도권과 지방 각 10곳씩을 찾아 생생한 현장르포를 시작한다.<편집자주>
[하동= 뉴스핌 김지나 기자] 4·11 총선을 나흘 앞둔 7일 오전. 부산에서 출발한 하동행 버스는 2시간20분이 걸려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날씨가 맑은 토요일 아침, 좁은 도로엔 자동차가 즐비했고 조금 걸어 올라가니 시장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소설토지 하동읍내시장’이라고 적힌 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앞 유세차량에서 신나게 울려터지는 선거노래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의 이목을 끌었다. 마침 이날은 하동읍내시장에서 장이 서는 날. 토요일 아침 시골 장터는 활기로 넘쳤다.
사천과 남해·하동 각각의 선거구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통합됐다. 그동안 사천과 남해·하동은 별도의 선거구로 국회의원을 따로 뽑아왔다. 이 세 지역은 서로 40~50km 정도 떨어져 있는 상황. 이 때문에 후보자들은 세 지역을 넘나들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현역 의원들이 맞붙게 돼 일찍부터 주목을 끌었다. 하동 출신의 여상규 의원(새누리당), 사천 출신 강기갑 의원(통합진보당)이 주인공이다. 여기에다 사천 출신인 무소속 이방호 후보도 가세했다. 여 의원은 ‘예산유치의 능력자’, 강 의원은 ‘농심(農心)의 대변자’임을 각각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여 의원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 유권자들이 자기 지역 출신의 후보를 지지하는 '소지역주의‘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예산 전문가’ 내세우는 여상규 후보
유세차량 앞 양쪽 도보에는 주민들과 인근 가게 주인들로 차 있었다. 예정된 시간을 넘어 여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 자신이 ‘진정한 일꾼’임을 주장하며 강력히 지지를 호소했다.
하동읍내시장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 [사진=김지나 기자] |
상대 후보를 겨냥한 신랄한 공세도 펼쳤다. 그는 “의원 몇 명 밖에 없는 꼬마정당 안된다”, “혼자 나와서 무소속으로 일하겠다는 사람 절대 안된다”며 “(당선)된다고 해도 식물 국회의원에 그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 의원은 예산관련 업무를 가장 많이 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그는 “2년 연속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일했다. 하동 예산도 가장 많이 당겨왔다”며 주민들에게 ‘한 표’를 당부했다. 그의 선거유세를 듣고 있던 주민들은 이따금씩 환호와 지지표시를 보냈다.
◆ 강기갑 후보 ‘농심 대변자’ 호소
앞서 열린 여 후보의 선거유세가 끝나고 차량이 떠나자 이 자리에 통합진보당 강기갑 후보의 유세차가 도착했다. 주변은 이내 빨간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양쪽 도보를 메웠던 주민들은 거의 절반 이상이 빠지고 없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이 하동읍내시장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나 기자] |
강 후보는 여당을 겨냥 “1% 부자, 재벌에게 곳간 채워주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이라며 날을 세웠고 “국회에서 날치기 할 때 온몸으로 막아낸 의원이 누구였나”면서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 의원은 “정치인들이 당선만 되면 농어민을 외면한다”며 “눈물, 한숨 짓는 농어민에 대책비를 내놓는다 해도 그건 쭉정이, 거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축산농가의 사료비를 절반으로 뚝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소상공인을 위한 정당인지 생각해보라”며 “기호 4번에 표를 달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자기 지역출신에 손 들어줘
하동의 표심은 이 지역 출신 후보자에게 쏠려 있었다. 또한 경남 지역이면서 노년층이 많아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주로 “여상규 후보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몇몇 사장들은 “하동을 잘 대변하지 않겠나” “우리 지역 출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중 한명은 “여기 하동군과 저쪽 읍단위는 아마도 지지후보가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상가가 많은 이곳은 여당 지지세가 강하고, 농민들이 많이 사는 읍 쪽에는 야당 지지세가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하동에는 13개의 읍·면단위가 있다고 했다.
40대의 농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강기갑 의원을 찍을 것”이라며 “농민 심정을 대변할 수 있는 최고의 의원”이라고 말했다. 한 남성(46살)은 “40대라 하면 대충 짐작이 가지 않나”고 반문하며 “정책, 공약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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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