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압류 주택이 매물로 쏟아지면서 미국 주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전망이다. 압류 물건이 큰 폭으로 인하된 가격에 거래되면서 전반적인 주택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택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싼 가격에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렌트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입 후 임대 형태의 주택 투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3일(현지시간)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압류 주택의 경매가 올해 125만건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00만건에서 25% 늘어난 수치다.
약 1년가량 금융권의 주택 압류 처리에 대한 조사가 이어진 가운데 재고 물량으로 묶여 있던 압류 주택이 본격적으로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는 주택시장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조사 업체 리얼티트랙은 압류 주택의 가격이 1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렌더 프로세싱 서비스에 따르면 압류 주택 가운데 모기지 연체 기간이 2~3년에 이르는 주택의 비중은 4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21%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달톤 인베스트먼트의 토드 셔러 매니저는 “압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폭은 더 커진다”며 “상당수의 압류 주택이 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압류 기간이 1년 이내인 주택의 가격은 금융회사가 제시한 것보다 35%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압류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면 손실 폭은 60%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스 실러 지수의 공동 창안자인 칼 케이스 웰슬리 대학 교수는 “이 같은 압류 주택의 가격 하락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문제는 얼마나 많은 압류 주택이 팔릴 것이며, 가격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주택 가격이 금융위기 전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데다 압류 주택이 넘쳐나자 대형 투자가들은 주택을 대량 매입, 임대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임대 수입이 국채 투자나 주택 배당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 크다는 것이 이들 투자자의 판단이다.
웨이포인트는 사모펀드 회사인 GI 파트너스와 4억달러 규모의 주택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웨이포인트는 내년 말까지 최소 1만건의 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콜로니 캐피탈과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그밖에 대형 펀드회사 역시 임대용 주택 매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들에 대한 시장 전문가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임대를 위한 투자가 시장 바닥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웨이포인트의 콜린 윌 공동 대표는 “압류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비즈니스는 수익률이 상당한 사업”이라며 “주택 리노베이션 등 고객 입맛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제조업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