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집행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지만 실물 경기 침체의 골은 뚜렷하게 깊어지는 양상이다.
제조업 지표부터 고용지표까지 주요 데이터가 일제히 경고 신호를 보내며 부채위기에 따른 실물 경기 타격을 드러내고 있다.
2일(현지시간) EU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유로존 실업률이 10.8%를 기록해 199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우려했던 것처럼 주변국을 중심으로 부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고강도 긴축이 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눈덩이 부채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호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이 2분기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요 지표 역시 적신호가 켜지기는 마찬가지다. 유로존 제조 경기는 8개월 연속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3월 PMI지수는 47.7로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경기 위축이 프랑스와 독일로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상당수의 이코노미스트가 우려를 내비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프랑스의 PMI는 3월46.7을 기록해 제조 경기가 3년래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독일 역시 3월 PMI가 48.4를 기록해 올들어 제조 경기가 처음으로 수축했다.
여기에 물가지표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원자재 가격 비중이 55.3에서 60.4로 상승, 7개월래 가장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사뮤엘 톰스는 “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셔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며 “제조 경기가 둔화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유로존의 제조 경기 둔화는 보다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미 침체로 빠져든 남부 유로존 국가의 경기 하강 기류가 점차 깊어지면서 실물경기 악화가 유로존 전역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제조업 지수가 3월 52.1을 기록해 10개월래 최대 폭으로 상승했지만 지속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뉴에지 스트래티지는 “유로존 전반적인 경기가 악화되고 있고, 이들 국가가 영국의 핵심 교역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영국 경제지표의 개선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의 싱크탱크인 경제산업연구소(IOBE)는 올해 그리스 경제가 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난해 17.3%를 기록한 실업률으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