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머리 속에 그리던 사회적기업 모델이 구체화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규모 뿐만 아니라 내용과 시스템 측면에서도 세계 수준으로 육성시키겠다는 것이다.
20일 SK그룹이 발표한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옛 MRO코리아)는 연매출 1200억원대의 세계 최대규모로 출범했다. 행복나래가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모델은 지속성장이 가능하면서 소외계층의 일자리창출을 통한 자립기반을 갖추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다. 특히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모습의 사회적기업 모델이다.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대표적인 전형인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기업을 사회적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행복나래'와 같은 사회적기업 모델을 제시한 사례는 없다.
'행복나래'의 규모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금까지 사회적인 기업 모델은 영세한 소규모 형태로 이뤄져 3년 이상 지속하기 힘들었다. 정부가 사회적기업의 경우 3년까지만 인건비가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3년이상 지속된 사회적기업이라도 성장성과 재정적인 압박으로 도산위기로 내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날 '행복나래' 출범식에 참석한 성선경 사외이사는 한국사회의 사회적기업이 처한 상황을 여과없이 대변했다. 성 사외이사는 국내 사회적기업 1호인 동천의 대표이사이다.
성 사외이사는 "처음 SK측에서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래'의 사외이사로 초빙할 때 거절의사를 내비쳤다"며 "하지만 SK에서 좋은 뜻을 갖고 시작하는 것에 힘을 내 사외이사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발달장애인 특수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졸업 뒤 아이들의 취업문제였다"며 "실제 특수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국내 사회적기업 1호인 동천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 사외이사는 "모자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동천을 설립한 뒤 여러 차례 큰 고비도 많았다"며 "발달장애인이 갖고 있는 한계와 제품지식부족으로 불량품도 쏟아냈고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부도위기를 넘겼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상당수 사회적기업들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건비가 3년이면 끊기기 때문에 30여개가 새로 생기로 다시 문을 닫는 반복적인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SK그룹이 전폭적인 지원으로 출범하는 '행복나래'는 이전과 다르다는 게 성 사외이사의 판단이다.
성 사외이사는 "SK 같은 대기업에서 좋은 뜻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행복나래'가 저소득층의 등불이고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행복나래'와 같은 사회적기업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대기업 최고경영층의 결단이 중요하다. 이번 '행복나래'의 태생적인 배경에도 최 회장의 의지와 결단이 크게 기여했다.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이사는 "'행복나래'라는 세계 최대규모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층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 2010년 최 회장이 '사회적기업은 SK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행복에 대한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공헌모델'이라고 언급한 뒤 사회적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강구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MRO 사업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검토한 끝에 지난해 8월 'MRO코리아의 사회적기업화'를 결정한 뒤 전환 작업을 진행했다.
다만 형식적 수준이 아니라 세계적인 사회적기업의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지난달 말 행복나래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이 마무리되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 수준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기업의 규모 뿐만 아니라 운영시스템과 사회문제해결 등에서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최 회장이 프랑스 칸느에서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B20)에서 저개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적 기업의 국제화를 비롯한 지원책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최 회장은 "저개발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글로벌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저개발국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을 강화하면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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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이사가 20일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학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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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