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금융 위기 이후 취약해진 세계경제는 선진국 채무위기의 재연, 예상보다 큰 중국 경기 둔화 혹은 경착륙, 미국 경기회복 실패 등 여전히 다양한 위험 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국제유가 급등이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적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에는 배럴당 100달러 미만이었으나, 최근 125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미국 휘발유 소매가격이 갤런당 4달러 선에 접근하면서 소비자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는데, 여름 휴가시즌 동안의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유가 상승의 배경은 바로 '공포'에 있다. 현재 세계 석유공급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등의 수요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결국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공포 프리미엄'으로 국제유가에 붙어 있는 셈이다.
루비니는 15일 기고문을 통해 2008년 이전 중동의 지정학적 충격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따라 발생한 1970년대 세 차례 세계 경기침체를 떠올렸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권에서 발생한 욤키푸르전쟁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발생시킨 1974~1975년 사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1979년 이란 혁명이 1980~1982년 세계 스태그플레이션을 또 불러왔다. 1990년 이스라엘의 쿠웨이트 침공은 1990~1991년 세계 경기침체를 유발했다.
그는 이번 금융 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 역시 2008년의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좀 더 파장이 커진 면이 있다는 점도 환기했다. 2008년 7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선진국 신흥국 할 것 없이 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란 위협이 공공연한 군사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은행 결제망에서도 차단당한 이란이 걸프만의 긴장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에서는 배 몇 척이 가라앉는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닌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루비니는 최근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이 이란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이런 시도가 실패하면 올해 여름께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을 무력으로 제압하자고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렇게 올해 여름께 전쟁의 북소리가 높아지면 국제유가는 미국과 세계 경제 성장을 약화시키는 정도로 상승할 것이며, 실제 전쟁이 발발해 유가 급등 양상이 전개될 경우 다시 한번 세계 경기침체를 유발할 정도가 될 수 있다는 것.
한편, 루니비는 중동은 이란 뿐 아니라 이집트와 리비아, 시리아, 예멘,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의 화약고'인 상황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이스라엘과 터키의 긴장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분쟁지역 등 보다 폭넓은 주변지역까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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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