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제도 근간 훼손" 한 목소리
[뉴스핌=김연순 기자] 중소 신용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에 대해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이 "위헌소지가 있고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에서 의결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제18조의3(가맹점수수료율의 차별금지 등)에선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개정안은 2월 중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을 의결한 국회 정무위를 제외한 카드업계, 금융위원회 등이 모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셈이다.
◆ 카드업계 "수수료 법규정, 헌법 위배"
12일 여신금융협회는 '여전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신용카드업계 의견'이라는 자료에서 "금융당국의 중소 신용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율 범위 지정은 헌법정신 및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중소 신용카드가맹점 보호에 대한 정책적 차원에서 우대수수료율 기준을 법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에서 일률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제23조 제1항(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헌법 제15조 등에서 카드사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 제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신금융협회는 수수료법안이 타업권 및 타 산업으로 무한정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 돼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신용카드회사의 가맹점수수료는 은행의 대출금리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변수이기 때문에 당국의 일방적인 결정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 수수료 책정에 있어 특정 집단별 수수료를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며 "심지어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에도 특정 집단에 대한 우대수수료는 카드회사 자율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카드사 CEO들도 수수료법안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장사하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면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적었다.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트위터에 "젖소 목장(카드사)이 있는데 우유 판매(가맹점 수수료)는 적자라서 정작 소를 사고파는 일(카드론 등 대출사업)이 주업이 됐다. 그런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윳값을 낮추란다"라고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 금융위원회 "시장경제제도 근간 훼손"
카드법 개정안에서 수수료율을 정하는 주체로 명시된 금융당국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민간기업인 카드사가 자율 결정해야 할 일종의 가격인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결과"라며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위헌시비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가격을 규제할 경우, 헌법 제15조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이에 연유한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위는 "공공요금이 아닌 민간기업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토록 하고 그 가격을 준수토록 강제하는 법률규정은 선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타 영역 정부개입 선례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매년 모든 카드사의 원가분석 후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수수료율 수준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카드사 부실화시 모든 책임이 정부·국회로 귀결되고 정치문제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3~4월중 수수료 경감방안을 포함한 수수료율 체계 전면 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은 법적 강제 보다는 행정지도를 통한 카드업계 협조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일 정무위에서 "모든 가맹점이 수용하는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산출하라는 법은 사실상 집행하기 곤란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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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