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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의도판 '범죄와의 전쟁: 가짜들의 전성시대'

기사입력 : 2012년02월09일 13:24

최종수정 : 2012년02월09일 13:27

[뉴스핌=정지서 기자]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몸 담고 있는 A씨는 투자손실금을 만회하려고 지난 10년간 가짜펀드를 운용해 100억원을 가로챘다. 증권사 고위임원 B씨는 상장기업의 자금조달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수억원대 '불법 사례금'을 받아 챙겼다. C씨는 풋옵션 투자로 대박을 꿈꾸며 증권정보 사이트에 북한 경수로 폭발이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이른바 여의도판 '범죄와의 전쟁: 가짜들의 전성시대'다.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우리네 욕망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가지려는 자와 더 가지려는 자가 뒤엉킨 이 영화의 뒷맛은 더없이 씁쓸하다. 무엇보다도 1982년 부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20년이 지난 오늘, 여의도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저, 깡패 아입니다. 공무원 출신입니다. 공무원"
영화 속 주인공은 비리 세관원이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칭하며 개인적인 욕심과 허영심을 채워나간다. 가짜펀드를 만든 매니저도, 기업의 뒷배를 봐준 임원도 그와 다르지않다. 자신의 전문성과 지위를 오남용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준 대표적 범죄다.

"저, 사기꾼 아입니다. 금융맨 출신입니다. 금융맨"
가짜펀드에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그의 사연이 구구절절이 적혀 있었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펀드매니저를 친인척으로 둔 사실이 든든했다고 회고했다. 펀드 설명서나 계약서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십수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펀드매니저가 연 8%의 수익률을 자신하는 데 의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비롯해 가짜펀드에 함께 투자한 친척들은 지난 구정연휴 전날 경찰로부터 출두연락을 접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때때로 일어나는 이같은 사고가 금융인에 대한 신뢰를 무너지게 한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 발전의 역사를 함께 써가는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직업 윤리의식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IB시장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상장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은 제한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금난을 겪고있는 부실 기업은 더욱 그렇다. 일부 기업들에 한해 이른바 '커넥션'이 일반적인 관례로 얘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부실 기업일수록 옳지 않은 방법으로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극소수지만 이를 악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여의도에서도 미국에 비해선 소박하지만 한국판 '월가점령'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달군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은 탐욕과 소명의식의 부재를 경계하는 목소리다. 앞서 버락오바마 미국대통령은 한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인생의 원동력은 돈이나 명성, 권력이 아니라 소명의식"이라고 역설했다. 미국경제 위기를 자초한 월가의 무책임과 이기심은 결국 소명의식 결핍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의도 증권가도 이제는 '소명의식'을 떠올리고 곱씹어보고, 가슴에 새길 때가 아닌가 싶다. 여의도판 범죄와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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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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