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코스피 2000시대가 다시 열렸다. 라운드넘버(Round Number)가 바뀌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가 수준에 마디가 있다는 뜻으로 주가의 앞자리 수준이 변하는 것을 이렇게 부른다.
미국 버클리대의 니콜 존슨 교수와 하버드대 데빈 샨시쿠마 교수는 지난 2008년 증시에서 라운드넘버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어떤 종목의 주가가 라운드넘버를 넘긴 직후에 직전보다 평균 0.12% 더 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숨고르기가 있겠지만 지난해 8월 급락 이전 수준인 2100~22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코스피는 지난 8일까지 새해들어 지난해말 종가 1825.74에 비해 9.74%나 급등했다.
◆ 외국인 주도의 유동성 랠리
이같은 상승의 1등 공신은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올들어 8조5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는 5130억원, 개인투자자는 7조여원 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승세를 '유동성 랠리'라고 규정한다. 경기나 기업이익 등 펀더멘털의 개선보다는 돈의 힘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외국인의 이같은 거침없는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는가에 의구심이 나오기도한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유동성에 의한 상승 장세가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규모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다만 유동성 장세는 기업 실적 개선과 같은 실물경제 회복이 아닌 돈의 힘에 의한 것인만큼 초기의 상승세는 한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유동성의 힘 외에 지난해 8월 이후 급락을 불러왔던 요인들이 해소됐다는 점에도 주목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더블딥 우려, 유럽 재정위기 등 급락 원인이 해소됨에 따라 급락 이전 수준인 2100선 초반대를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회복하며 더이상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지 않고,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유럽 문제에 대한 민감도도 줄었다.
조 애널리스트는 "그리스의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이 위기가 발발하기 전에 비해 60% 이상 하락한 상태"라며 "아르헨티나 등 앞서 디폴트를 경험했던 국가들에서도 60% 조정 이후 반등했던 것에 비춰보면 추가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전히 국내 주가 수준이 싸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증권은 국내증시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각각 8.9배, 1.1배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이후 평균인 PER 10.3배, PBR 1.4배에 비해 모두 10% 이상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현재 증시의 이익수준이 지속되고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코스피가 2100~2200에 이르더라도 고평가를 논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 건설 기계 정유 에너지 금융업종 주목
한편 2000 재탈환 이후에는 산업재인 건설, 기계, 정유, 에너지 등과 유럽재정위기로 인해 억눌려왔던 금융 업종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우리자산운용 김 본부장은 "투자와 소비에 불이 붙으며 산업재 쪽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라며 "특히 건설과 기계, 은행 관련 업종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유, 에너지, 금융을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2000선을 돌파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진 IT(삼성전자 제외)·조선·해운 업종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자동차·자동차부품·정유·철강·AMOLED관련주 등의 매수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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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