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통제 미흡…증권사 책임론도 부상
재계 순위 9위인 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시가총액 2조9000억원에 달하는 ㈜한화 주식이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다. 거래정지에 이르지 않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무마되기는 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입맛은 씁쓸하기만하다.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 뉴스핌은 이번 한화 사태로 다시 확인된 우리 시장의 위험요인을 [한화發 부러진 마켓]이라는 기획으로 짚어봤다.<편집자주>
[뉴스핌=김양섭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가 불거지면서 주식시장에 또 다시 ‘오너(Owner Risk)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닥 등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을 택한 투자자들이다. 오너의 횡령과 배임, 증자나 감자 등 주가에 급격한 변동을 주는 사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한화 사태로 인해 이같은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또한번 무너졌다.
◆재계 오너 막강한 권력..내부통제 미흡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어 경영진의 배임·횡령 문제가 불거진 ㈜한화에 대해 기존 입장을 바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6일부터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 3일 한화는 장 마감 뒤 김승연 회장 등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서 비롯된만큼 대표적인 오너리스크가 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이다. 재계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나타난 내부통제의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한화 사태가 시장에서 '빅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오너리스크는 국내 재계에서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이다.
앞서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계열사 18곳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497억원을 동생 최재원 부회장 등과 공모해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바 있으며, 태광그룹도 최근 이호진 회장이 1400억원대의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7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받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9년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사면·복권된 바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역시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 판결을 받았지만 특사를 받았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 증권사들 잇단 매수 추천..사태 발생 후 ‘침묵’
기업의 분석을 담당하는 증권사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일부 증권사들은 매수 추천을 남발했다.
특히 한화 김 회장 등이 지난해 1월 30일 기소됐고, 오는 23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같은 '오너리스크'는 분석보고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31일 한화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4만3100원에서 4만8500원으로 높였다.
신한금투는 '핵심 자회사의 주가 개선을 보자'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한생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한화케미칼의 주가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달 30일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만원을 제시했다.
KTB투자증권은 "대한생명 주가가 회복하면 상승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화건설,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비상장사의 기초체력이 강화됐고, 자체 사업의 올해 영업이익도 많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태가 불거진 이후 애널리스트는 공식적인 분석과 코멘트를 자제하고 있다.
◆ 기관·외국인, 최근 매수세 지속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분석에 힘입어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화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기관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거래일수로 7일 동안 한화 주식을 연일 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말 본격적인 매수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외국인은 단 하루도 순매도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후 5일간 매도를 기로한 뒤, 지난 2일부터 다시 매수세로 돌아섰다.
한화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은 약 20%에 달해 이번 사건은 한국 주식시장의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3일 기준으로 한화 지분의 19.72%를 보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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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