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요국 통화가 달러 대비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타면서 외환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스위스 프랑과 일본 엔, 브라질 헤알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부터 고성장 매력이 이들 통화의 평가절상을 부추기는 공통 분모다. 공격적인 구두 개입은 물론이고 실제 달러 매입을 통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 스위스, 달러/프랑 1.20프랑 사수에 사활
그리스의 부채 위기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으면서 스위스 프랑이 지속적인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유로/스위스 프랑은 1.2032프랑까지 하락, 프랑의 가치가 지난해 9월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서 유로/프랑은 1.20519프랑으로 소폭 반등했다. 달러 대비 프랑은 0.3% 상승, 달러/프랑이 91.43상팀을 나타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로/프랑 환율을 1.20프랑에서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환율이 1.20프랑 아래로 밀릴 경우 스위스 경제에 치명타를 가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부총재는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필요할 경우 프랑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해외 통화를 무제한 매입할 것”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유로/프랑 환율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관계자는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스위스의 환율 방어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스위스코트 뱅크의 피터 로젠스트레흐 외환 애널리스트는 “유로/프랑은 지지선에 대한 시험을 받고 있다”며 “환율 추가 하락을 막아낼 수 있는 해결책은 EU 정책자들이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브라질, 헤알 8% 오르자 달러 ‘사자’
브라질 중앙은행이 달러 매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헤알이 8% 급등, 수출 경기를 위협하자 개입에 나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강한 성장률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마켓 통화를 적극 매입하고 나선 데다 올해 브라질 기업이 140억달러 규모로 해외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헤알이 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평가절상에 불을 당겼다.
3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은 1.7383헤알에 달러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매입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헤알의 추가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올해 최소한 4%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계획이며, 이를 저해할 수 있는 환율 움직임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얘기다.
RBS의 플라비아 카탄 노슬로스키 전략가는 “브라질 정부는 제조 부문의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전반적인 성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일본, 엔고에 수출기업 ‘피멍’ 개입 강력 시사
통화 절상에 비상이 걸린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이미 환율은 개입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엔화는 달러 대비 최근 12개월 사이 7% 상승했다.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76.53엔을 기록, 전날 76.15엔까지 밀리며 75엔선 진입을 예고한 후 소폭 반등했다.
엔화 가치 상승은 수출 기업의 실적 타격으로 직결되는 만큼 일본 정부가 환율 움직임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환율 파장은 기업 비용 상승과 실적 악화는 물론이고 고용 악화로 번지는 양상이다. NEC가 지난달 1만명 감원 계획을 밝혔고, 자동차 부품업체 니폰 시트 글래스 역시 35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마즈다와 소니, 샤프 등 대표적인 수출 업체는 손실폭이 확대되면서 생산 라인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엔화 강세가 지나치게 급격하고,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는 엔화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개입에 나설 것”이라며 강한 개입 의지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