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국내 S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는 김 부장(50)은 자문형랩에 넣은 돈을 어떻게 할 지 고민에 빠졌다. 원금만 회복하면 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야하나 추가로 넣어야하나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
지난해초 성과급으로 받은 것과 여윳돈을 합쳐 1억원을 유명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같이 설립한 한 투자자문사에 맡겼다. 소위 '차·화·정' 바람을 타고 한때 20%대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하반기 들어 끝없이 추락했다.
다행히 새해들어 증시 반등과 함께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10% 가량 손실이 난 상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문형랩에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던 자금 름이 최근 둔화됐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소폭 늘어나기도 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자문형랩의 성과가 단기적으로 개선된 영향이다. 코스피는 새해들어 지난달 27일까지 6.67% 상승했고, 자문형랩도 일부 자문사의 경우 10%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초과 성과를 냈다.
8개 자문사의 자문형랩을 판매한 한 증권사의 경우 최근 1개월간 5개 상품이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문형랩에서의 자금이탈이 진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형펀드의 경우 한때 144조원까지 늘어났다 약 30%인 45조원이 빠져나간 후 98조원 정도에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문형랩 잔고도 지난해 9.1조원에서 6.4조원으로 30% 가량 빠져나간 만큼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문형랩 열풍의 주역인 삼성증권으로 새해들어 1400억원 가량이 순유입, 잔고가 약 3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케이원투자자문의 자문형랩 '장기K'을 약 900억원을 판매하기도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초 성과가 좋아지면서 자문형랩에 대한 관심도 살아나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군을 활용,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 종목, 낙폭과대주 중심으로 단기트레이딩을 하는 상품, 저평가 종목을 장기투자하는 상품 등으로 다양화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자문형랩으로의 자금 귀환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더 많다.
한 대형 증권사 고객자산운용부장은 "1950선을 넘어선 후 주식형펀드에서 환매가 늘어나듯 자문형랩 투자자 중에서도 원금이 가까워지면서 해지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자금 유출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문형랩이 다시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문사의 체질이 바뀌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식을 사기만하는 스타일의 운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대형 자문사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강세장이 아니면 자기를 버려라'라고 말하는 식이라면 희망이 없다"며 "약세장, 불확실한 장세에서도 적절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문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로 돈좀 벌고 계십니까?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