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론자 최 부회장 타협여지 밝혀 주목
[뉴스핌=배군득 기자] “삼성전자나 애플 모두 큰 회사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설마 끝까지 죽기 살기로 가겠어요. 하지만 싸우면 이겨야죠.”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국 소비가전전시회(CES) 2012에 참석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애플 특허 소송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소송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현재 진행중인 소송과 향후 공방을 벌일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애플 특허전 강경정책의 선봉에 섰던 최 부회장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판도가 화해무드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3분기부터 글로벌 휴대폰 시장 판매량에서 1위에 오른 만큼 애플 특허전이 무의미해졌다는 해석도 최 부회장의 대응 완화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격적인 승부로 일관하던 최 부회장의 특허 대응 기조는 지난해 10월 6일 애플 CEO 스티브잡스가 사망하면서 한풀 꺾였다. 직접 애도를 표하며 추모기간에 공방을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내에서 아이폰 4S 판매를 금지시키겠다는 가처분 신청도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 정황이 삼성전자에 유리한 입장으로 흐르면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 지었다.
지난해 세트부분 분리 작업도 부품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게 특허전과 별도로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가져가겠다는 완화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특허 소송에 있어 공격적인 대응을 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글로벌 전략에도 차질을 빚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역시 최 부회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한때 강경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최 부회장의 강경책은 몇몇 발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14일에는 “지금까지는 애플에서 고른 장소, 고른 논리로 패널티 킥을 찬 거나 마찬가지”라며 “제 1거래선으로 리스펙트(존중)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 우리도 대응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최 부회장의 공격적인 특허 대응에 곤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이 공들여온 ‘화해무드 조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도 권오현 부회장과 투톱체제를 구성한 것도 최 부회장의 강격책을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 특히 애플과 갈등 해소차원에서 삼성전자를 세트와 부품 회사로 이원화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며 “이번 임원 인사역시 애플과 화해를 시도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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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