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유동성 지원으로 구조조정 면한 기업, 관리 강화
- "내년 어려워 건전성 관리와 우량고객 수성에 주력"
- 개인 채널 부족 만회 위해 공중전화 점포 1000개 투하
[뉴스핌= 대담/김사헌 IB금융부장, 정리/한기진, 사진/김학선 기자] “2%포인트나 인하하다니….”
이달 초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이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를 발표했을 때, 경쟁 은행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하 폭이 파격적이기 때문이었다. 보증서 담보 보증부 대출금리는 0.5%포인트, 신용 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은 1.5~2%포인트의 추가 금리 감면권을 줬다.
이 정도 폭이면 기업은행의 향후 2년간 이자수익이 2000억원 가량 감소된다. 수익 감소는 은행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조 행장은 지난 12일 뉴스핌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도와야 했다”며 “석 달을 준비해 CEO(최고경영자)로서 고뇌와 결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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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은행권 최초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는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도와야 했다"며 "석 달을 준비해 CEO(최고경영자)로서 고뇌와 결단했다"고 말했다. (사진/김학선 기자) |
그는 “내년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시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구조조정을 면했던 잠재 한계 기업들의 부실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부실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민영화는 당분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래는 내년 말이 계획이었다”면서 “정부가 기업은행이 금융위기 때 중소기업 금융에 큰 역할을 해서, (유로존 등) 위기가 끝나기 전에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조 행장의 인터뷰 첫마디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봤죠. 그거 기업은행이 투자한 것입니다”였다. “MBC서 방영할 ‘빛과 그림자’에도 투자했다, 문화 콘텐츠 사업을 지켜봐 달라”며 말을 이었다. 뿌리깊은 나무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는 “후배들 먹거리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제조업에서는 고용창출 한계가 있어 앞으로 문화사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왜 문화 콘텐츠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경영자는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 후배들 먹거리를 만드는 게 내 할 일이다. 문화 콘텐츠에서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올해부터 3년간 4500억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기술보증기금과 구축했고 올해까지 1900억원이 집행된다. 담당 직원 3명 뽑는데 내가 면접 봤다.”
-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10여년 전에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센과 치히로를 봤는데 제작을 한국인이 대부분 했는데 돈은 일본인이 버는 사실에 개탄해서 문화 컨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행장 때부터 전무 시절까지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위기 이후 IBK의 존재감이 상당히 부각된 것 같다
"위기 기간 중소기업 대출 순증실적이 약 20조원인데 IBK가 91%를 지원했다. 올해도 10월까지 중기 대출은 은행권 전체 순증의 31.6%를 차지하며 잔액기준 점유율이 21.2%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또 개인예금 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인 6.5조 순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이면 창구조달 자금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취임 후 성공적인 사업추진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나
"밀어내기식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 불필요한 캠페인이나 프로모션을 폐지했다. 또 '우문현답', 즉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모토 아래 종소기업을 직접 방문하고 영업현장 회의를 실시해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수렴하여 경영에 반영하는 등 현장지향적인 경영을 한 것이 주효했다."
- 올해 은행들의 실적이 좋지만 모두들 내년 걱정을 더하는 것 같다. 내년 경영환경은 어떻게 보나
“설상가상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실물전이로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금융권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와 규제강화로 경영환경에 부담을 더하는 형국이다. 가계와 기업의 체력이 저하되고 부실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월가 시위로 대표되는 반(反) 금융기류는 금융산업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 같다.”
- 그렇다면 내년 경영전략과 방향은 무엇인가
“축기견초(築基堅礎, 다산 정약용이 황해도 곡사부사로 재직할 때 “집 지을 때 터를 굳게 다지지 않기 때문에 단청이 채 마르기도 전에 주추가 먼저 내려앉는 것이다”라고 한 말)가 내년 전략 키워드다.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고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기존고객 지키기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것이다.
- 역점을 둘 사업과 대상은 무엇인가
“녹록치 않은 환경이 전개될 것이다. 건전성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내년 영업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은행들은 저성장, 장기침체 등에 따른 지루한 동절기에 대비하기 위해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중점 사업은 ‘선제적 건전성 관리’로 한계기업 선별과 관리강화, 잠재부실규모 축소 등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금융에서는 고객 100개 달성, 전액 무료 컨설팅, CMS, K-Sure 협약 상품 마케팅, 외환과 퇴직연금 가입 업체수 점유비율 확대 등을 추진해 우량기업을 적극 수성하겠다.
개인금융에서는 채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공중전화 점포를 1000개 투하할 것이다. 또 예금역량을 제고하고 카드 VIP고객 이용대금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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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과 소통이나 조직관리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
“영업현장회의를 지역본부별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해 가능한 많은 영업점 직원을 만남으로써 소통을 강화하겠다. 내년 3월 일산 마두와 한남동을 시작해 전국에 8개의 보육시설을 오픈함으로써 직원들이 육아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
- 결국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연결돼 있는데 내년 경기 전망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감소와 경기둔화 장기화 우려로 인해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 억제 정책으로 주택 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나 대출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구매능력 역시 감소될 것이다.
전세 가격은 올해 높은 상승률로 인해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 및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예상돼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저축은행 비리, 대출사기나 불완전 판매 등이 이슈화되고 탐욕, 공생발전 등 이 화두인데
"금융기관의 지나친 수익성 추가 경향, 도덕불감증, 감독시스템 취약 등에 기인한 총제적인 문제라고 본다. 금융기관의 수익은 기업과 가계의 필요와 유익을 위해 봉사하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부담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의 대가다. 따라서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각오와 절제,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
물론 근본적인 감독시스템의 점검도 필요하며, 나아가 국내금융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생발전, 자본주의 4.0 등 새로운 시대요구에 부응하여 나눔과 배려의 금융으로 거듭나야 한다."
- 마지막으로 올해 경영 성과를 정리해달라
“내실균형이라는 전략하에서 IBK의 기초체력을 강화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시 중소기업 대출 순증의 91%를 지원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익 및 조달구조, 여신포트폴리오 등 심화된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했다. 내실지표 도입, 건전성 관리 강화, 개인기반 확대 등에 노력한 결과 은행권 최고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개인 고객수도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기초체력이 강화됐다."
☞ 조준희 행장은
1954년생으로 상주고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기획, 인사, 영업 등 은행 내 요직을 두루 거쳤고 기업은행 역사상 첫 신입 공채 출신 행장으로 유명하다.
△경북 상주 출생 △상주고 △한국외대 중국어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장 △종합기획부장 △경인지역본부장 △종합금융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전무이사(수석부행장) △기업은행장 행장대행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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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