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던 한 해가 지나갔다"
이제 불과 열흘 가량 남은 2011년을 바라보는 건설업계의 심경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대책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공공발주는 대폭 끊기며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나마 지방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의 활황세가 숨통을 틔워줬지만 주택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수도권지역 주택시장의 침체는 여전해 건설업계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형국을 보이던 2000년대 중반 이후 업계의 주요 프랜차이즈인 '사업다각화'도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늘상 막히고 있는 상태다. 해외건설은 여전히 중동-북아프리카(MENA)지역의 플랜트 수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내 주택시장의 노하우를 활용할 해회 신도시사업은 대부분의 업체가 개점휴업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하지만 내년이라고 막연한 희망을 걸기에는 현실은 냉혹한 게 사실이다. 유럽 금융시장에서 시작되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산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정권말기에 언제나 그렇듯 공공발주는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경영실적이 흑자로 전환되며, 간신히 길을 찾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 알려진 건설업체 1/4이 워크아웃
2011년 주요 건설사 워크아웃-법정관리 현황 |
이 같은 건설업계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일감부족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건설업계를 먹여살린 것은 4대강으로 대변되는 공공발주다.
실제 올 상반기 공공발주 수주실적은 13조1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20조원에 비해 34.5% 감소한 것으로 전망됐다. 혁신도시 물량이 나오는 하반기에는 다소 나아진 1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18조2000억원에 비해 3.7%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으로는 38조2000억원에서 30조원 수준으로 최고 2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공공발주에 거는 기대감은 낮다. 업계 관계자는 "철도와 도로 몇건을 제외하고는 토목사업의 발주는 크게 줄어 들 것"이라며 "지난해 야당으로 대거 물갈이된 지자체가 토목사업에 거부반응이 강한 만큼 공공발주에서 건설업계가 희망을 걸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의 고민이 커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간 건설업계는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보이면 토목사업 비중 확대나 해외사업 비중 강화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지만 이젠 토목사업 비중 확대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 올해도 적자 경영
건설업계는 올 한해 그럭저럭 평년작을 진행했다. 우선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모두 지난해 겪었던 적자 경영을 탈피하고, 흑자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산업은행 그룹과의 통합 문제로 대거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건설은 올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통합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안으로 대한통운, 대우엔텍, 하노이 대우호텔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순차입금은 1조1000억원 이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잔액은 2조8000억원 이하로 각각 줄인다는 계획이다.
미분양 물량에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대림산업도 큰 폭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올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5조63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은 매출액 대비 8% 성장세를 보였으며, 영업익도 3분기 누계 48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익 대비 무려 57%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또 GS건설도 3분기 누계 매출액은 6조3439억원으로 전년대비 2%, 그리고 영업익은 5728억원으로 전년비 17%의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23%,와 7% 줄었다. 하지만 매출은 현대건설이 3%, 삼성물산이 17%증가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업계를 선도하는 10대 건설사들은 1년 농사를 나름 성공적으로 지은 것으로 보이지만 중견건설사들의 실적도 나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15위권 업체들을 살펴보면 동부건설이 3분기 누계 영업익이 지난해대비 23% 성장했으며, 한라건설과 한진중공업은 각각 전년비 각각 35%와 51%의 영업손실을 보였으나 흑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적자를 기록한 회사도 적지 않다. 우선 업계 15위권의 쌍용건설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3분기까지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고려개발도 적자로 돌아섰다.
일부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극도의 부채비율을 보이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3분기 기준 벽산건설의 부채 비율이 1만7820%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남광토건(5942%) 중앙건설(1310%) 삼부토건(934%) 등 워크아웃 상황이거나 위기를 겪은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상태다.
◆ 건설업계, 내년이후 양극화 본격화
건설업계가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딱히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전망이다. 내년은 우선 올해보다 공사 물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 내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7.3% 감소한 22조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여기에 국제 금융위기 여파는 건설업계의 입지를 더욱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가 희망을 걸고 있는 해외건설시장도 국내 업체간 경쟁 심화와 중국업체의 성장에 따른 리스크가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들이 '덤핑'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수주가격을 후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여기에 우리보다 더 원가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들과 경쟁을 벌인다면 승산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단순 틈새시장이 아닌 항구적인 먹거리를 줄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창출한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인 것이다.
그나마 대형건설사들은 좁아진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최근 3~4년간의 학습에 따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돼 강력한 오너십을 갖춘 현대건설과 엔지니어링 자회사의 도움이 예상되는 삼성물산, 모기업의 여력을 바탕으로 PF사업을 정중앙에 앉힌 대우건설, 그리고 스페인의 수처리 업체 이니마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든 GS건설 등은 향후 변화된 시장환경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건설사로 평가된다.
다만 중견업체들의 몰락도 함께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업체들은 주로 주택사업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내년에도 정부가 발주하는 보금자리주택을 제외하곤 딱히 분양성을 갖춘 주택사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거의 한건의 주택사업을 수주하지 못한 주택전문 워크아웃 업체들을 중심으로 업계의 구조조정은 본궤도에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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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