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vs 소비자, 분쟁은 ‘현재 진행형’
-국토해양부 ‘제조사와 소비자가 정할 일’
-감사원 ‘사안이 될 경우 감사에 나설 것’
[뉴스핌=김기락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가 무상보증수리기간을 늘리고 있지만 보증에서 제외되는 항목은 달라지지 않아 완성차 업체와 소비자간의 무상수리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따르면 각사마다 자동차 무상보증수리기간을 늘려 소비자 만족을 꾀하고 있으나 소음 및 진동, 냄새 등은 관련 애프터 서비스(AS)기준이 미비한 탓에 무상수리가 안 되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 보증서를 통해 ‘보증에서 제외되는 사항’을 정하고 무상수리기간이어도 이 항목에 포함되는 문제에 대해 제조사 책임이 없다고 표기하고 있다. 또 이 같은 국내 완성차의 정책이 수입차 업체의 AS수준까지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중 핵심은 ‘가벼운 이음, 잡음, 진동, 냄새, 소리 등 일반적인 품질 및 기능상에 영향이 없다고 인정되는 관능적 이상 항목’은 제조사가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보증에서 제외되는 항목은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계가 모두 동일하다. 소음 및 진동, 냄새 등은 국토해양부의 관련 법규가 미비해 무상보증기간이어도 수리되지 않는다 |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이점과 관계된 사항으로 AS를 요청하면 제조사 측은 안전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놓는다. 즉 제조사와 소비자 간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의견 충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정상 여부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정비사의 ‘관능적’인 기준이 제 각각이어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육체적, 감각적인 판단으로 소비자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는 소비자의 목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관련 소비자불만 건수는 총 8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4% 급증했다.
이중 하자 유형별로 비교하면 국산차는 690건 불만 중 소음 및 진동 관련 사례가 158건으로 22.9%다. 도장·흠집·단차 불만(159건, 23.1%)에 이어 ‘불만 2위’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자료 |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음 및 냄새 등 관능적인 이상을 측정하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소비자 배려가 여전히 부족한 것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제조사 및 상품 이미지에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소비자도 피해를 보지만, 제조사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최근 현대차 그랜저 배기가스 실내 유입과 한국GM 쉐보레 올란도 소음 등이 단적인 사례다.
그랜저의 경우, 주행 중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됐으나 문제 발생 초기에 이를 간과한 것이 화근이 돼 국토해양부의 조사 대상 차종이 30여종으로 증가했다. 현대차는 현재 캠페인 형식으로 개선책을 내놨다.
앞서 올 초에도 쏘나타의 현가장치에서 소음이 발생돼 13만6000대 쏘나타 중 소음 발생 차량에 한해 뒤늦게 관련 부품 교환에 나섰다.
또 한국GM의 쉐보레 올란도 LPGi는 시동 후, 연료를 공급하는 펌프 내에 모터 소리가 커서 대책 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 감독 기관인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자동차 소음·냄새·진동 등 문제를 제작사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기준도 없고, 대안도 없다.
국토해양부 김용원 자동차정책과 사무관은 “자동차 품질 부분까지 정부에서 규제하기에는 곤란하다”며, “사고가 날 우려가 있는 부분만 정부가 관여한다”고 말하며 자동차 소음·냄새·진동 등은 안전과 무관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사무관은 또 “소음·냄새·진동 등 문제는 제작사와 소비자들이 정할 일”이라며 “분쟁 발생 시 한국소비자원이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 측은 이와 같은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박승태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자동차팀 팀장은 “자동차의 각종 시험을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소비자원은 국토해양부 및 자동차성능시험소 등의 시험 결과에 따르는 것”이라고 국토해양부 주장에 반박했다.
임기상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 대표는 “법의 한계로 인해 과거 규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자동차 소음·냄새·진동 등 안전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으면 관련 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감사원 측은 자동차 소음·냄새·진동 등 보증수리 제외 항목에 대해 경우에 따라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 건설환경1과 김동석 감사관은 “이 사안에 대해 검토된 바가 없지만, 사안이 될 경우 연간 감사계획에 의해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사관은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토해양부의 문제 회피 ▲감사원 민원실에 민원 접수 ▲현안이 되는 경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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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