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이탈리아로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의 국가부도(디폴트 Default) 리스크가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디폴트 위기에 몰릴 경우 구제방안을 찾기가 묘연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이탈리아 충격파, 그리스와 차원이 다르다
이탈리아의 부채 위기가 본격 부상할 경우 유로존 경제 전반에 그리스와 비교할 수 없는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3위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에서 그 중량감이 그리스와 사뭇 다를 뿐 아니라 무엇보다 부채 규모가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기존 부채 규모는 1조6000억유로(2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부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국채 수익률이 치솟는 가운데 만기 도래하는 부채 상환을 위해 숨 가쁘게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1월에만 305억유로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며, 이어 12월에도 225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형편이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린 그레이엄 테일러 채권전략가는 “궁극적으로 유로존 경제에서 이탈리아가 갖는 중량감은 그리스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며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은 이미 위험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칸토 자산운용의 채권 헤드는 “이탈리아가 아주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렸다”며 “문제는 유로존이 이탈리아의 부채 위기를 감당할 묘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돌파구 없는 악순환, 벼랑 끝 위기에 몰리나
기존의 부채를 줄이는 일이 쉽지 않은 가운데 이자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 이탈리아의 재정을 더 멍들게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10월 하순 30억유로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를 6.0%의 금리에 발행했다. 지난 여름 발행한 국채에 비해 150bp 뛴 것으로, 유로존 가입 이후 최고치였다.
이탈리아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시장 인식이 최근 들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발행 금리가 단시일 안에 7%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ECB에서 일했던 다이와증권의 토비아스 블래트너 이코노미스트의 추정에 따르면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인해 매년 이자 비용만 30억유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매년 불어나는 이자 비용만 30억유로에 달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마이클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으로 인해 성장 압박을 받는 가운데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ECB 지원사격도 안 통해서 "문제"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걷잡을 수 없이 무섭게 상승 기세를 보이고 있다. ECB가 수익률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근 국채 매입을 대폭 늘렸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6.68%까지 치솟은 후 6.50선으로 상승폭을 줄였다. 독일 국채 수익률과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491bp로 높아졌다.
2년물 수익률 역시 47bp 오른 5.94%를 기록, 6% 선에 바짝 근접했다.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 대비 스프레드를 불과 57bp로 좁혀졌다.
ECB는 지난 4월까지 한 주 동안 사들인 채권 규모가 95억유로로 전주 40억유로에서 두 배 이상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6%를 돌파한 데 따른 것으로, 지난 8월 그리스를 필두로 한 유로존 주변국 디폴트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국채 매입 압박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마리오 드라기 ECB 신임 총재조차 지난주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한 후 유로존 부채위기와 관련, ECB의 채권 매입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번 부채 위기와 관련, 극심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어 정치적 리더십 위기까지 흔들리며 이탈리아의 미래를 위기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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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