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파장…LG그룹株 추가하락 불가피
[뉴스핌=홍승훈 기자] LG전자가 1조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전격 결정, 증시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일에 이어 금일 LG전자 등 LG그룹주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개인에 비해 기업정보에 한 발 앞서 있는 증권가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 역시 대부분 전일 아침 시장내 소문이 돌자 진위 파악에 나서는 등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최근처럼 어려운 증시 여건속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주가 수준인 LG전자가 1조원 넘는 유증을 단행하리란 예상을 하긴 어려웠다는 것. 이번 발표로 내년 상반기까지 LG전자의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그들은 예상했다.
전일 1조원 이상 시가총액이 날아간 LG전자를 포함해 LG,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총 11개의 LG그룹주의 시총이 하루만에 4조 3750억원 가량 사라졌다.
지난 3일 아침 증권가를 지배한 LG전자 유증괴담은 오후에 현실화 됐다. 오전 유증설이 일파만파 확산되며 주가가 7~8% 가량 급락세를 보였지만 장마감 30여분을 남기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용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의 'LG전자 1조원 유증 단행' 기사가 전해지며 주가는 하한가까지 폭락했다 13.73% 떨어진 6만 16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 LG전자는 조회공시 마감시한이 1분도 채 남지 않은 오후 6시 직전 1조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라는 공시를 냈다. 결국 공식발표를 기다린 투자자들로선 매도 기회가 오늘부터다. 추가 급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측이 발표한 이번 유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유증에 따른 신주 발행 주식 수는 1900만주. 기존 주식수의 11.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할인율은 20% 수준으로 예정 발행가는 5만 5900원으로 책정됐다.
LG전자측은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을 선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스마트폰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흔들림 없는 투자를 지속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조기에 사업주도권을 회복할 계획"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신경질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회사측이 밝힌 신규사업이란 부분에 대해서도 과거 공시를 통해 일축했던 하이닉스 인수를 재추진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에서부터 현재 LG전자의 어려움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조치라는 반응이다.
A 자문사 한 CEO는 "보유중인 투자자들로선 상당한 쇼크"라며 "작년부터 계속해서 적자를 보이고는 있었지만 회사측도 강조했듯 올 하반기부터 바닥찍고 턴어라운드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순간 이런 조치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전해왔다.
B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유증이 무조건적으로 악재는 아니지만 최근 투자자 심리를 보면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기관도 기관이지만 개인들의 신경질적인 투매성 매물이 걱정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하이닉스 인수추진설에 대해서도 "시장 의구심에 대한 해명을 회사측이 다시한번 해야하지 않나 싶다"며 "또한 최근 LG전자 신용등급 하향 및 실적악화로 향후 1~2년내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 등 자금조달 상황이 예상보다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속에 전일 기관은 LG전자 주식을 300만주 가량 쏟아내며 극도의 불안감을 보인 반면 외국인은 20만주 가량을 사들이며 받아냈다. 하지만 회사측의 공식 유증발표가 장마감이후 6시경이란 점에서 금일 외국인과 기관의 추가 매물에 개인의 투매성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고, 유증에 대한 극단적인 염증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더해 유증이후 하이닉스 인수참여 혹은 LG디스플레이 유증 참여 등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일 13% 이상 폭락한 현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전일 팔지 못한 경우 섣부른 매도 동참은 자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지적도 있다.
최 연구원은 "유증 이후 LG전자 PBR(2012년 기준)이 0.78배에 불과하다"며 "유증 자금 역시 대부분 운용자금과 연구개발비에 활용될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 우려하는 하이닉스 혹은 LG디스플레이 유증 등의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LG전자의 현 주가수준도 바닥에서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LG전자 휴대폰사업이 지극히 부진했던 2007년 1월 주가는 5만 1000원, 리먼사태 이후인 2009년 3월에도 6만원대 후반이었는데 현 상황이 당시와 비교해 더 나쁘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LG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던 노무라금융투자도 스탠스를 180도 선회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1만 1000원에서 6만 3000원으로 크게 떨어뜨렸다.
노무라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식 가치 희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또 내년 투자를 위한 현금 자금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2012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38% 하향조정한 7710억원으로 수정한 노무라금융투자는 "유상증자로 신규발행될 주식가격은 5만 5900원대로 현재 주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증자된 주식이 신규상장될 때까지는 주가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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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