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한기진 기자]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파격적인 규모의 통화스왑(currency swap 원화를 주고 엔화나 달러를 빌려오는 것) 합의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는 없지만 만에 하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경우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다는 평가가 많다.
◆ 석유공사 해외채권에 주문 ‘8배’ 몰려
20일 한국석유공사가 10억달러 규모 5년 만기 해외 공모채권 발행에 투자 주문이 예정금액보다 ‘8배’나 많이 몰렸다. 한 시중은행 외화자금 담당자는 “어제 한일 통화스왑 합의로 인해 오더(주문)북이 많이 쌓였다”면서 “10억달러 규모는 벤치마크 규모로 보면 큰 규모인데 주문이 많이 몰린 것은 큰 뉴스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해외 채권의 발행 금리는 5년물 미국 국채 금리에 3.1%p를 가산한 수준인 4.137%다.
이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외화조달에 가산금리를 이전보다 적게 주는 앞으로 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연말까지 추가로 달러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여유가 생겼다. 산은 국제금융실 관계자는 “유사시 통화스왑 라인을 갖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조달하는 입장에서 직접적인 도움은 아니어도 시장 모멤텀상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하반기 외화조달을 계획하고 있는데 “많은 스프레드를 줄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10월 들어 조달 여건이 상당히 좋아져 가산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통화스왑 뉴스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국인이 볼 때 일본과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은 한국이 안정적인 국가끼리 돕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훨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단기적 효과는 없어, 장기적으로 외국인 발길 붙잡아
그러나 통화스왑이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전날 외화자금시장 사정을 반영하는 FX스왑 포인트나 통화스왑(CRS)금리의 상승세는 더뎠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했을 때와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FX스왑 포인트는 1개월물 2.35 → 2.3, 3개월물 6.2 → 6.6, 12개월물 11.0 → 12.5로 단기물은 오히려 소폭 하락한 반면, 장기물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과거 2008년 10월 30일 FRB와의 통화스왑 체결 당시 FX스왑 포인트가 1개월물 -7 → - 3.5, 3개월물 -11.5 → -9, 12개월물 -37 → -28로 단기물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CRS 금리란 달러와 원화를 서로 바꾸는 스왑 거래에서 달러를 조달하고 원화를 주는 대신 받는 원화 고정금리를 말한다. 적은 원화 금리를 받고서라도 달러를 조달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질수록 CRS 금리는 하락한다.
CRS 금리는 2011년의 경우 1년물이 1.63%에서 1.7%로 0.13%p, 10년물이 1.74%에서 1.90%으로 0.16%p 상승하며 2008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물의 회복 속도가 더디게 나타났다. 2008년 당시 1년물이 0.5%에서 0.6%로 0.1%p 상승하고, 10년 물은 3.3%에서 3.85%로 0.55%p 상승하는 등 장기물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했었다.
변지영 우리선물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낙폭이 컸던 기간물을 중심으로 되돌림 폭이 크게 나타났다는 것과, 단기 외화유동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통화스왑에 따른 시장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A자산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가 되고 원화채권 수급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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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