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지식경제부는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공개소프트웨어(SW) 역량프라자에서 '공개SW 신시장창출 성과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경부는 지난해 진행한 공개SW 지원 사업이 결실을 맺어 약 3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지경부는 '공개SW 적용 신시장창출 지원사업'에 대해 "특정 단말기기에 공개된 SW를 적용, 라이센스 비용 절감과 개발기간 단축 등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 지경부, 11억 지원해 300억 절감키로. '이상한 셈법'
지경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인터넷 영상전화기, 네비게이션, ATM 기기, 셋톱박스 등 4개 분야가 선정됐고 예산은 각 분야당 2억7000만원씩 모두 11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불과 11억원의 예산 지원으로 3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낸다는 것은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경부는 이날 보고자료에서 오픈스택이 개발한 인터넷영상전화기의 경우 올해 2억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내년부터 3년간 1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엔에이치넷의 ATM 단말기도 국내 ATM 단말기가 연간 10만대 규모로 생산되므로 이 수치를 적용할 경우 연간 130억원의 라이센스 비용을 절감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연간 10만대를 모두 공개SW 기반으로 대체할 경우에야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지경부가 절감하겠다고 발표한 300억원의 계산법은 누가봐도 크게 부풀려진 모습이다.
◆ 지경부 자금, 이미 기술개발 성숙단계에 지원돼
또한 이번에 개발된 제품들은 모두 최첨단의 제품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된다.
지경부가 한 일은 결국 요약하자면 공개SW를 적용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을 선정, 개발비로 11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경부는 이 과정에서 이미 기술 개발이 거의 성숙 단계에 진행되어 있는 기술에 예산을 지원했다.
공개SW 기반의 인터넷 영상전화기나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네비게이션 등의 제품은 기술개발 단계로 볼 때 이미 시장성숙 단계에 진행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제품의 기술개발과 상용화 자체보다는 이들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더 큰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지경부가 자금을 지원해 기술개발을 했다고 해도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기술개발은 실험에 불과하고 개발된 기술은 사장될 수 밖에 없다.
◆ 대기업만 250~270억 절감할 듯. 동반성장 화두 '실종?'
또한 지경부의 주장대로 이번 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300억원의 절감효과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가져가게 된다.
오픈스택의 라이센스 절감비용은 31만달러에 불과하고 디지털시스도 100억원 매출을 올릴 경우에야 5% 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제외한 절감액의 대부분인 250~270억원 규모는 LG CNS나 효성그룹 노틸러스효성 등과 같은 대기업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엔에이치넷은 효성그룹의 노틸러스효성에서 지난 2004년 분사한 회사로 효성그룹과 지난해까지도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재벌그룹 관계사라 할 수 있다.
결국 지경부의 300억원 절감 주장은 이 가운데 대기업에 대부분이 편중될 것으로 보여 현정부 최대 정책 목표인 동반성장의 화두를 무색하게 하는 모습이다.
◆ 지경부 "공개SW 기술개발 지원은 공식적 정책방향"
또한 이같은 지경부 정책 결과가 주는 의미는 결국 공개SW도 상용SW와 동등한 위치를 점유한 기술이라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그 결과 당분간 시장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고 상용SW 기반을 사용해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기술개발을 진행해 오던 업체들은 다소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개SW를 선택해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당장 기술개발 비용은 절감되지만 범용성이나 시장규모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상용SW를 사용하는 시스템과 호환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새로운 SW나 연결 기술의 개발이 재차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경부가 추산한 비용절감 300억 가운데는 이같은 필요적 추가비용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경부는 향후 클라우드컴퓨팅이나 스마트그리드, 임베디드 분야 등에서 공개SW를 적용하는 과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실험적인 기술개발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공개 SW의 장점이 많다"며 "공개SW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은 정부의 공식적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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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