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등급 전망 변경에 주목
[뉴스핌=김사헌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예상대로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하지만 등급 전망을 당시 '안정적'으로 수정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24일 일본 재정적자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Aa3'로 기존의 'Aa2'에서 한 계단 강등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하향조정 검토대상'이던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 당분간 유지)'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일본의 대규모 재정적자, 2009년 세계경제 침체 이후 국가 채무의 증가세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을 낮추기 어렵게 만드는 몇 가지 요인을 반영한 것"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 5년간 잦은 총리와 내각의 교체가 장기적인 경제 및 재정전략을 효과적이며 일관되게 실행되기 힘들게 했고, 3월 11일 발생한 대지진 및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이 2009년 침체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다. 또 경제성장 전망의 약화로 인해 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나 사회보장제도 및 포괄적인 세제 개혁의 실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올해 5월말 무디스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진전이 없고 3월에 발생한 대지진 충격으로 경제전망이 악화되었다면서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강등 검토대상'에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검토 대상에 올린 경우 3개월 이내에 등급을 조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8월 말까지 등급 조정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당시 무디스는 간 나오토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간 총리의 사임 여론이 형성된 것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다시 '안정적'으로 복원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 투자자들의 모국투자 성향이나 국채 선호가 안정적으로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당분가 세계 최저 수준의 명목금리로 재정적자를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이 같은 제도적이며 구조적인 힘에 따라 2011년 및 2012년 회계연도에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해도 조달비용의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무디스는 밝혔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이번 무디스의 조치에 대해 "민간 신용평가사의 등급 조절에 대해 일일이 논평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최근 국채 입찰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RBS증권의 분석가는 "일본 신용등급을 1계단 강등한 것은 이미 예상되던 것이라 놀랄 것은 없으며, 오히려 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변경된 것은 호재라고 본다"고 논평했다.
오카산증권의 주식정보그룹장도 "시장에서는 다음주 민주당 대표 선거까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서프라이즈는 아니며, 오히려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바꾸면서 등급이 싱글 A 쪽으로 강등될 것이란 부담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따라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전 세계적 금융 불안 경계감이 여전하고 주요 정책당국의 변화를 지켜보는 관망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장세를 진단했다.
한편, 이번 무디스의 등급 조치는 일본의 국가 채무 및 은행예금의 국가등급 상한 'AAA'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이 같은 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무디스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일본 국가신용등급 조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