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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금융시장과 정책당국 그리고 정치권은 8월에 두 차례 강한 주먹을 맞았다. 그런데 처음 맞은 주먹에 다리가 풀린 듯이 보였지만, 실제로 충격이 컸던 것은 뒤에 따라온 주먹에 있었다.

사실 처음 주먹을 날린 곳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인데, 들어 오는 주먹은 뻔히 보였고 충격도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급격한 경기 판단 하향 조정과 장기간 제로금리 유지 약속은 시장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예상치 못한 '블로우'였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금 주목할 곳은 새로운 정보나 통찰력을 제공하지 않는 신평사의 불만이 아니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행보다. 여기에는 상당한 위험과 불확실성 그리고 아마도 또다른 '서프라이즈'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S&P의 美 신용등급 강등, 놀랄 것 없었다

지난 5일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계단 강등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결정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S&P의 미국 등급 강등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출렁거렸고 금융시장 전반에 피튀는 아비규환 양상이 전개되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S&P가 등급를 내린 그 재무증권으로 몰려들었다. 미국 재무증권은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신평사의 가장 중요한 일이 일반 투자자들이 볼 수 없는 정보를 파악해서 추세를 전망하는 것이지만 이번 S&P의 소견은 미 국채의 완전한 상환 능력이나 만기와 관련된 분석보다는 미국 정치권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치중했다.

물론 미국 정치권의 현 주소는 'AA+'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아도 될 정도이기는 하지만, 4조 달러의 '그랜드바겐'은 아니라고 해도 2.4조 달러의 합의는 이루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논쟁을 일삼고 법안 처리가 중단되는 과정을 예상"했던 S&P는 다소 불편한 입지에 놓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쟁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미국의 최상위 국가신용등급을 고수했다.

지금 미국 재정적자 문제는 단기적인 상환 위험에 있지 않다. 미국 의회예산국의 예상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이자상환을 제외한 미국 기초 재정수지 적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다음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다시 증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당장 미국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크게 줄인다거나 강한 증세에 나서는 것은 경기회복을 질식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S&P와 같은 신평사라면 좀 더 긴 전망을 보고, 당장은 미국 정치권보다는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있다는 점에 더 주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버냉키 의장은 어땠는가. 그는 과도한 경기 우려를 나타내면서 위험을 무릅쓴 극약처방을 내려 전문가들조차 놀라게 했다.


◆ 버냉키, 어쩌자고 2년간 제로금리 약속을...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대 3의 구도라는 별로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컨센서스' 하에서 강한 정책 결단을 내린다.

먼저 FOMC는 단기 미국경제에 대한 판단 기조를 대폭 하향 수정했다. 연준 부의장 출신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외계용어'에 가까운 연준의 표현을 보통사람들의 영어로 번역하자면 이번 FOMC의 판단 기조 변화는 "이크, 분명 경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네!" 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판단 하에서 버냉키는 다수결로 거의 2년 동안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내놓았다.

중기 경제 및 물가 전망의 변화에 따라 '신축적인 정책 대응'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연준으로서는 이번 결정은 자신의 규칙을 위반한 것이나 다름 없다. 연준은 그 동안 계속 향후 전망이나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선택권을 열어두는 자세를 취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지금부터 2013년 중반까지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2012년 크리스마스까지 경기 호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지금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이변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연준은 왜 통화정책의 신뢰를 걸고 이런 모험을 감수했는가"라고 자문했다.

결론은 한 가지다. 연준 정책 결정자들 중 다수가 최근 경제 여건의 변화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또한 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고 나아가 거의 패닉 양상에 빠진 금융시장도 안심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을 것이다.

"연준의 2년간 초저금리 유지 약속은 마치 추락하는 비행기 위에서 기도를 하는 것과 같다"고 블라인더는 말한다.

수익률곡선에 대한 기대 이론에 따르면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향후 2년간 오버나잇 금리 평균에 수렴해야 한다. 결국 연방기금금리를 0%~0.25% 범위에 묶어 두겠다는 것은 2년물 국채 금리가 이 범위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약해보여도 생각하는 갈대'이다. 이미 금융시장은 연방기금금리가 2년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상태였고, 따라서 버냉키 사단의 '약속'은 시장에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실제로 2년물 재무증권 수익률은 8일에서 9일 사이 0.27%에서 0.19%로 8bp 하락하는데 그쳤다. 8월 이전에 0.4% 부근에서 여기까지 이미 하락한 뒤에 이런 시장의 변화는 큰 의미를 가지진 못한다. 물론 같은 기간 10년물 재무증권 수익률은 3% 부근에서 2% 초반까지 하락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연준이 이런 시장의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이런 시장의 반응을 잘 알면서도 FOMC의 다수파가 결정을 강행한 것은 상황이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지원책에 기운을 차렸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이 그렇게 나쁜가"라고 자문하고 있다. 경기 침체 위험에 대한 우려가 크게 확산됐다.


◆ 공화당의 연준 때리기와 연준 내 반대파의 해명

한편, 이번주 연준 내의 반대파, 혹은 강경파들은 일제히 연준의 최근 2년간 금리 동결 약속 결정에 대한 반대한 이유와 함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 같은 의견이 나온 것은 공화당의 릭 페리 주지시가 연일 연준에게 추가 완화정책을 선거기간 중에 한다면 '반역행위'라거나 '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정치공세를 강화한 뒤에 나온 것이다.

FOMC 의사결정에서 3명의 반대표가 나온 것은 1992년 이래 처음이다. 몇주 후 의사록을 통해 반대 의견의 근거는 투명하게 공개되겠지만, 공화당의 투명성 논란 이후 이들 반대파가 자기 입장 해명에 나선 것이다.

이들 연준 내 반대파는 다소 차별적인 근거를 제출했지만, "연준의 정책이 문제가 아니며, 의회가 나서야 할 때"라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먼저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7일(현지시간) 지역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제로 금리를 지속할 경우 물가 압력이 높아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반대의 근거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미국 경제가 어려운 것은 통화정책 때문이 아니라 워싱턴의 경제정책 실기 때문"이라면서 "연준이 아니라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찰스 플로서 총재는 "경제에 대한 판단 기조가 과도하게 부정적이었으며, 인플레 파이팅의 수단인 금리조절 능력을 어떤 기간 동안 저당 잡히는 것이 싫었다"고 말했다.

플로서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아직은 억제되어 있다고 보지만, 이것이 갑자기 상승할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2013년 이전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지금으로부터 2년 이내에 금리인상을 개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또다른 반대표를 던진 미네아폴리스 연방은행의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총재는 좀 다른 이유를 제시햇다.

그는 지난해 11월 제2차 양적완화를 결의할 때와 비교할 때 미국 경제가 너무 크게 개선되었고 연준이 여전히 부양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달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강경파로 잘 알려진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대담을 통해 "내가 투표권이 있었더다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드 총재는 2년간 금리를 묶어 두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디플레이션 기대를 부추겨서 이를 현실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플로서 총재는 "의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연준이 메꿔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면서, "연준이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했다가 실패하고 신뢰성이 손상될 위험에 처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제3차 양적완화? 다른 놀라운 카드가 있는가. 잭슨홀 '주목'

결국 반대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연준 정책 결정자들의 다수의 우려가 훨씬 더 크다고 본다면, 경제 및 금융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완화 통화정책 혹은 경기 부양 카드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금융시장에 형성된 가장 보편적인 기대는 연준이 추가로 국채를 매입하는 제3차 양적완화(QE3)에 있다. 당장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현재 매입한 국채가 만기 도래할 경우 점차 장기물 쪽으로 갈아타는 식으로 시중금리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많다.

이런 기대는 최근 재무증권 장단기 금리 하락 폭의 차이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30년물의 경우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고 또 연준의 매입 범위가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다른 방식으로는 버냉키 의장의 언급한 바 있는 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연준이 제공하는 이자율, 이른바 '초과지준 부리율'을 낮추는 것도 있다.

앞서 블라인더 교수는 "버냉키 의장은 또다시 마법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좀 더 창조적이고 현명한 정책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S&P가 아니라 연준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은 이미 이번달 26일 잭슨홀에서 개최되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심포지엄 행사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버냉키 의장은 이 자리를 추가 부양책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자리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나 금리 여건이 일본을 점차 닮아간다는 식으로 비교가 늘고 있다. 미국도 일본처럼 제로금리를 지속하고서도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런데 지난 2000년 초반 당시 대공황 연구의 귀재로 알려졌던 버냉키 연준 이사의 '세례'를 받은 일본은행(BOJ) 경우 상황이 계속 어렵게 된 현재는 위험자산인 상장지수펀드(ETF)와 대형은행 주식, 회사채나 심지어 부동산신탁(REITs)까지 매입하는 특단책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적자의 화폐화에 극명히 반대하고, 의회의 견제를 받는 연준이 이 같은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연준이 대형 금융사나 투자자를 계속 지원햇다는 점에서 "차라리 어려운 개인들한테서 주택을 사주는게 어떠냐"고 비아냥 거리고 있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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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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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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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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