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지식경제부가 기름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휘발유 유통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을 내놓아 주목되고 있다.
26일 지식경제부는 정재훈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이른바 '대안 주유소 도입'을 본격 논의하기 위해 업계 및 전문가들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 지경부 기름값 낮추기 대책은 "아름다운 주유소?"
지경부의 기름값 대책은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를 모델로 한 이른바 '아름다운 주유소'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최근 판매가 상위 500개 주유소에 대한 이른 바 '회계장부 들춰보기' 가능성을 밝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지경부의 대안 주유소 활성화 방안 역시 현재 주유소 업계와 유통 시장에 또다른 논란과 파문으로 급격히 부각될 전망이다.
지경부가 내세운 기름값 대책의 해법이 공익단체가 운영하는 각종 혜택을 지원받는 주유소 사업자라는 점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관한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대안주유소는 이윤을 최소화하고 기름값을 싸게 공급해서 서민 경제에 기쁨을 드리자는 취지"라며 "대안 주유소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현재 주유소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한 "최근 국내 휘발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기존의 국내 석유유통구조를 뛰어넘는 신개념 주유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대안 주유소, 직거래 통한 유통마진 최소화. 판매가 낮출 것
지경부의 대안 주유소 방안은 기존의 정유사와 대리점, 그리고 주유소로 이어지는 연쇄 유통구조를 벗어남으로써 기존 주유소에 비해 가격이 대폭 저렴한 주유소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프랜차이즈 개념을 도입하고 운영주체도 공익단체와 공공기관과 사회적 공헌차원에서의 대기업, 소상공인 공동출자 등의 공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를 모두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특히 석유공사와 같은 대형 공기업이 싱가포르 등의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을 직구매하여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공급하고 사은품, 세차 등의 서비스 제공을 금지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 원가를 최대한 낮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안 주유소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보조금 등을 지원해 대안 주유소가 장기적으로는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까지 확대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안 주유소는 공공 주차장 등 국공유지나 공영개발 택지 등을 활용해 초기투자비를 낮추고 운영 방식도 셀프주유 방식에 필요인력은 주변 지역의 노인과 주부 등 유휴 인력을 고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도 도모할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셀프주유 방식의 주유소의 경우 판매가가 일반 주유소에 비해 많게는 리터당 70원이나 낮다"며 대안주유소가 출범하면 이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휘발유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 지경부, 사회적 공헌 차원이라면 대기업 진입도 허용
하지만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존 주유소와 경쟁 관계에 있는 대안 주유소 업체를 활성화하고 이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업계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또한 지경부는 휘발유 유통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이유로 직접 실물시장에 뛰어들도록 독려하고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대기업 진입도 허용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정책이라기 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라면 삼성그룹 브랜드를 단 주유소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전국 곳곳에 대안 주유소가 출범해 휘발유 판매가가 낮아진다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게 되고 동시에 기존 주유소와의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이밖에도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확대해 현재 특별시와 광역시에만 허용되어 있는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향후 인구 50만 이상 도시로 확대하고 환경기준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는 이같은 내용으로 오는 9월까지 실행 방안을 수립하고 12월에는 시범 주유소 1호점을 개설할 방침이다.
◆ 주유소 업계, 지경부 방안에 결사 반대 "죽을 맛"
이같은 논란에 대해 주유소 업계에서는 한마디로 충격적인 발상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강남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고 결사 반대한다"며 "대안 주유소가 나오게 되면 인근 중소규모 사업자는 죽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같은 입장도 최소한 고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지경부가 야심차게 기름값 낮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점은 인정하나 대안 주유소 관련 지원 등을 통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공급자 측면에서는 정부의 대안 주유소 방안이 특별한 구체화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렇다 할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석유류를 국제시장에서 도입을 하더라도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차이가 있다면 당연히 오픈된 시장이니까 수입업자가 당연히 치고 들어왔을 것"이라며 "국내 정유사가 공급가격 경쟁력 면에서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 석유류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안 주유소가 출범함으로써 마진을 최소화하고 사은품이나 인건비를 줄여서 공급가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의 몰락으로 인해 시장이 급격히 혼탁해지는 상황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