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X OSV 추가적인 지분 매각, STX다롄 IPO 검토
- 시장 반응은 다소 "부정적"
조선과 해운업을 중심으로 출범 10년만에 재계 12위(자산 기준)로 도약한 STX그룹이 이번에는 반도체 업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 2위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STX는 오는 8일 마감하는 하이닉스 매각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뒤 실사 등을 거쳐 본입찰 참가를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STX는 인수에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STX OSV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거나 STX다롄 및 STX에너지의 기업공개(IPO) 등을 검토중이다.
◇조선ㆍ해운을 넘어서라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6일 저녁 기자들을 만나 “해운ㆍ조선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90%를 차지하는 사업구조를 가져가는 것하고, 이걸 60% 정도하고 반도체를 40% 정도 하는 것하고 후자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STX유럽, STX다롄, STX엔진 등 조선과 해운에 집중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시황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 나가자는 차원에서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도 시황에 쉽게 노출되는 업종이지만, 조선ㆍ해운과 사이클이 다르고 주기도 짧아 조선ㆍ해운 시황 침체로 인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STX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과 해운경기가 동반 침체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에너지와 플랜트ㆍ건설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다급해진 채권단의 러브콜도 STX가 전격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결정한 배경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산 매각과 중동 펀드 컨소시엄으로 2.4조원 마련
STX그룹은 하이닉스 인수전에 지주회사인 ㈜STX를 중심으로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부다비투자청의 국부펀드로 알려진 이 펀드는 그동안 STX와 사업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로, STX에 먼저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금은 우량자산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종철 부회장은 “하이닉스 지분 15% 정도를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시가로 2조4000억원 정도로 해운, 조선, 엔진 등 시장에서 선호하는 우량자산 순으로 처분해 1조2000억원을 자기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중동의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을 장기투자로, 지분율 50% 미만에서 끌어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량자산 매각과 관련 구체적인 대상이나 시기 등을 밝히진 않았지만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 STX OSV의 추가적인 지분 매각, STX다롄 및 STX에너지의 기업공개(IPO) 등이 거론되고 있다.
STX는 작년 11월 STX OSV 지분 31%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해 2000~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추가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또 STX다롄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해온 해외법인의 지분매각 및 기업공개 등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등 국내 주력 상장사의 지분 매각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서는 ㈜STX는 올 1분기 말 현재 STX팬오션 25.41%, STX조선해양 33.67%, STX엔진 33.55%, STX에너지 47.4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금조달 계획이 무리 없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해운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조선 경기도 해양플랜트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안개속을 헤매고 있어 지분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제값을 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동계 펀드와 손을 잡고 재미를 본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 등 주력 계열사의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은 열려 있다. STX 관계자는 “㈜STX를 중심으로 주력 계열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도전?..시장은 싸늘
STX가 의욕적인 도전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범양상선(STX팬오션),대동조선(STX조선해양), 아커야즈(STX유럽) 등 잇따른 M&A 및 해운ㆍ조선 시황 부진으로 나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될 상황에서 또 다시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M&A를 추진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기존사업과 반도체 사업이 시너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도 시장은 냉랭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오전 12시28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STX는 전날보다 5.23% 하락한 2만85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도 각각 5.89%, 2.11%, 빠진 2만7150원, 7430원을 기록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STX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서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배팅하지는 않겠지만, 자칫 변죽만 울리다 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하이닉스는 그동안 설비교체 등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설사 인수를 하더라도, 사후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현재 뚜렷한 캐시카우를 갖고 있지 않은 STX가 이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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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