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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본점 |
[뉴스핌=안보람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대출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는 대출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웬만한 '우대금리' 가지고 고정금리·비거치식 상환 전환으로 소비자들이 느낄 부담을 덜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채무상환능력을 보겠다는 금융위의 방침은 서민들을 사금융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있다.
◆ 금융소비자 부담 증가 '불가피'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고정금리·비거치식 상환 대출의 비중을 오는 2016년말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0% 수준까지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의 변동금리ㆍ일시상환 대출비중이 높아 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중 변동금리비중은 지난 2009년말 기준 95%로 미국 10%, 영국 62%, 프랑스 13%, 독일 10%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 금리적용기간(변동주기)도 통상 3개월 수준으로 미국의 1년, 일본의 6개월 이상보다 짧다.
일시상환 대출 비중 역시 높다. 지난해 말 은행 대출 중 일시상환 비중은 41%이며, 주택담보대출 중 이자만 내는 대출은 80%에 달한다. 결국 당분간 신규대출은 물론 만기 연장시 이자만 내는 거치식 상품을 가입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만기도래분 연장시에도 고정금리·비거치식 상환 대출로 갈아타야 할 가능성이다. 이자만 내기도 버거운 서민들에게 이자에 원금까지 더해진다면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2016년까지 30%라는 비율을 맞추려면 신규대출자들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고정금리·비거치식 상품을 가입해야한다는 얘긴데 가능하겠냐"며 "당장 나한테 원금과 이자를 같이 부담하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주택담보대출 시 소득증빙자료 확인 등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확인을 통해 건전한 주택담보대출 관행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저소득층이 사금융으로 달아날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체안이 결정되긴 해야겠지만 지금 나온 가계부채 대책을 보면 회의적"이라며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대출증가규모를 보면 은행은 비슷한데 카드론이나 제2금융권 등이 빨랐다"며 "서민들이 집계조차 되지 않는 사금융으로 달아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득공제 한도 혜택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 "소득공제 혜택이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올라가는데 혜택을 보려면 금리가 8~9%는 돼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혜택이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금리 6~7%에 대출이 1억 5000만원 1년 이자가 1000만원 정도 될 텐데 1억~2억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은행, 돌파구는?
금융위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은행권이 뾰족한 방법을 마련한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은행의 경우 4%대의 고정금리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를 감안하면 '미스매칭'이 발생, 전기간 완벽한 고정금리 상품은 불가능하다는 게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더욱이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의 경우 대출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택금융공사는 MBS, 커버드본드 등 장기채권 발행을 통해 고정금리 대출기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은행채의 경우 가장 긴 물건이 5년짜리다.
실제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보금자리론(만기 최장 30년)을 제외하면 시중에 나와있는 고정금리상품은 최장만기 15년인 '신한금리안전모기지론', 'KB고정금리 모기지론' 정도다.
물론, MBS·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 등을 통해 은행의 장기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방침이다. 그러나 구체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은행들은 고정금리·비거치식 상품으로 유도하겠지만 결국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고정금리가 많게는 1%p까지 비싼 상황에서 향후 금리상승을 감안해 지금 고정금리를 택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비거치식 상품에 대한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아니라면 유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금융담당자는 "금리선택권이 고객에게 있는 만큼 강제할 순 없다"며 "고정금리 상품이 현재 80~90bp 정도 비싼걸 감안하면 어떻게 유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계대출 대책의 방향을 말하긴 했는데 앞으로 TFT를 구성해서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구체안을 내놓을 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섣불리 나설 상황이 아니라 은행들이 '정중동'의 상태를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담당자는 "금리상승기에는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하긴 하지만 당장 고객의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웬만한 인센티브를 줘서 고정금리부 비거치식 상품으로 유도하긴 어려울 듯하다"고 예상했다.
우대해줄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은데 그걸 위해 즉시 분할을 선택할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그는 "고정금리 쪽으로 권유는 하겠지만 결국 은행도 고객도 부담"이라며 "추가대책을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진행해야지, 당장 변화가 있진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자 역시 "큰 틀만 나오고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며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등이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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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