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몰지각한 경우로,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죠. 이제 이런 소식 좀 그만 듣고 싶습니다."(증권업계 관계자)
한국거래소가 최근 잇단 금품 수수 등 비리 사건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컨트롤 타워'라는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공정거래, 시장 감시 등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일부 직원들이 이를 악용,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검은 돈'과 커넥션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 모럴 해저드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상장법인 공시책임자 연찬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여행사에 용역을 주고 그 대가로 2100여만원을 받은 거래소 팀장급 직원 3명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나아가 연찬회 강사로 참석한 금융위원회, 금감원 간부에게 접대비와 골프비, 호텔 숙박비 등 비용 수백만원을 대납한 사실도 드러났다. 나중에 따질 흙탕물이지만 여기서 금융위는 잘못된 수사결과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거래소도 내심 그럴 것이다.
이번 발표는 거래소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을 지낸 공인회계사 2명이 심사위원 시절 코스닥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된 지 불과 석달 만의 일이다. 이미 이 같은 일로 내부 분위기가 냉각된 데다, 거래소에 대한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스스로 권력 뒤에 숨어 도덕적 해이를 즐기는 모양새라는 주변의 지적을 비켜가기 힘들 게 됐다.
물론 거래소 측도 할 말은 있겠다. 최근 공직 사회에서 연이어 터지는 비리 사건과 맞물리면서 경찰 수사가 다소 과한 측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건 자체가 4~5년 전에 일어난 것이어서 최근 분위기와는 무관하다며 억울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거래소는 이번 사태가 주는 시사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뜩이나 증권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전산 사고로 신뢰에 타격을 입은 시점에 도덕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릴 필요가 있을까.
다시 한번 거래소 본연의 임무를 상기시키고 그에 맞는 윤리적 도덕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연일 터지는 비리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들에게 거래소가 신뢰를 얻는 것은 그리 쉽지 만은 않을 게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첨병이며 파수꾼임을 알아야 한다. 김봉수 이사장의 직무기간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지금의 책임자들이 '강건너 불 구경'해서는 안 된다.
어쭙잖게 거래소를 위한 변명은 않겠다. 거래소가 당당히 모든 것을 해명하고 혹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이를 개정 이상, 환골탈태의 노력이 있을 것으로 기자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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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황의영 기자 (ape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