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임애신 기자] 오는 7월 1일부터 정부가 개·고양이등 애완(반려)동물의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 '애완동물' vs. 시민 '반려동물' 구도로 대립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양측이 사용하는 단어만 봐도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과세에 대해 어떤 태도로 접근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애완(愛玩)동물은 인간이 주로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을 말한다.
반면 반려(伴侶)동물은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애완동물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는 단어다.
지난 21일 오후 1시 때 이른 폭염으로 인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대한수의사회와 동물자유연대, 환경운동연합, 각 지방 동물병원 관계자, 대학생 등 3500여명이 과천정부청사 앞 광장에 모여 '동물 진료비 부가세 반대 시민 문화제'를 가졌다.
문화제에 참여한 한 시민은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존재"라며 "누군가는 개과 고양이를 짐승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매기는 것에 반대하며 대대적인 삭발식까지 거행했다. 이들은 더운 날 경기도 과천에 모여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 소위원회를 열고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동물 진료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부결했다.
기재위는 법 시행이 불과 10여일 밖에 안 남았고 인간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용역만 면세한다는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법안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이미 두 차례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논의된 만큼 재론할 여지가 부족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앞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해 부가세가 부가된다"며 "의약품에 대해서도 부가세가 부가되는 만큼 애완동물 진료비 등에 부가하는 것도 공평과세에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부가세가 과세되기 시작한다.
이 법안은 지난 2009년 발의된 후 철회됐다가 지난해 12월 구제역 사태로 모든 수의사들이 바빴던 때 시행령이 다시 통과되면서 수의업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부가세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 4일에 불과해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입법예고 기간이 평균 20일인 것과 비교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시 연내 시행령을 마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결정한 것"이라며 "2009년과 2010년 세제개편을 통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국회에서도 이미 두번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의견 수렴이 안됐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동물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 진료비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수의사업계와 동물보호단체 등은 안 그래도 비싼 진료비에 부가세까지 붙으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용이 더 늘어나 유기동물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을 예로 들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부가세 부과에 대해 정당화하고 있지만, 선진국와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반려동물에 부가세를 매기는 선진국들은 세금에 상응하는 정도의 기본제도와 보호막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부과함에 따라 연간 130억원의 세수 증대를 꾀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연간 70억 정도의 세수가 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반대 연대모임 측은 "유기동물에 인해 소요되는 국민의 세금은 작년 기준으로 102억원에 달한다"며 "지금 동물 주인들이 내고 있는 진료비도 부담스러워서 병원에 동물을 두고 안 데려가거나 몰래 버리는 상황이어서 부가세가 매겨지면 유기동물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진정 세수를 늘리고 싶다면 부가세 대신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보험 등을 통해 진료비 부담을 덜어 주인들이 동물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오히려 세수를 증대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36%는 월소득 200만원의 서민층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시각 장애인의 눈이 돼주는 안내견이나 청각 장애인을 돕는 청도견 등이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무조건적인 과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부자감세로 인해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지금, 동물진료비에 부가세를 매기는 것을 둘러싸고 '서민 증세'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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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임애신 기자 (vancouv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