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제품 공동개발하고, 이익도 나눠
- 롤스로이스, 화이저 사례 주목..협력사 쥐어짠 도요타는 위기
[뉴스핌=이은지 기자] 영국 남부의 작은 도시 굿우드에 자리잡은 롤스로이스의 본사와 공장은 세계적인 명차의 탄생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롭고 조용한 지역이다. 공장 부지의 새파란 잔디 위에서는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호수에는 백조가 떠다니는 등 자동차 공장이라기 보다는 흡사 식물원에 온 듯하다.
겉보기에는 아담한 높이의 이 공장은 그러나 첨단기술과 영국의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솜씨가 하루 단 7~8대의 롤스로이스만을 탄생시키는 최첨단 자동차기술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지난 1904년 처음 소개된 이래 줄곧 세계 최고급 자동차로서의 위상을 지켜온 롤스로이스지만 항상 영광의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재정악화로 결국 파산에 이르러 이리저리 인수되기를 여러 번. 결국, 심각한 경영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동차 사업부문을 독일의 BMW사에 매각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때 롤스로이스는 경영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항공기 엔진공동개발계획을 마련하고 협력사들에게 판매수입의 일정 몫을 나누어주는 이익공유제를 도입했다. 이 덕분에 롤스로이스사는 1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개발비를 협력사와 분담하고 신형 엔진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사는 이 엔진을 에어버스 등 민간 항공기에 탑재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이는 롤스로이스가 오늘날 GE에 이어 세계 2위의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저(Pfizer)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비아그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화이저는 비아그라 이전부터 세계 1위 제약회사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이다.
![]() |
뉴욕에 있는 화이자제약 본사 |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본사 건물은 명성에 걸맞게 맨하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으며, 업계 최대 규모의 R&D 센터를 갖추고 한해 81조원(2007년 기준)의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아 붇는 것으로 도 유명하다.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온 화이저는 자사의 매출은 물론 협력업체의 매출까지 끌어 올리는데 힘쓰는 동반성장이 특징이다.
일례로 지난 2000년 워너 램버트사는 화이저에 인수된 이후 중견 제약회사에서 세계 80개국에 지사를 운영하는 시가총액 3020억 달러의 세계 5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2003년 중견 제약회사 파 마시아와 통합한 후에는 처방약 매출 역시 인수 전 290억 달러에서 인수 후 420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시장점유율은 8%에서 11%로 높아졌다.
2009년 와이어스 통합시에도 마찬가지다. 와이어스는 화이저와 인수 합병을 진행한 후 기존의 순환기질환, 통증, 비뇨기계, 안과질환, 정신질환, 항암제 등 다양한 전문의약품 시장의 강점에 백신과 바이오 로직 등의 강점이 추가됨으로써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출수 있게 되었다. 현재 와이어스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 인재, 제품 파이프라인, 역량의 4박자를 고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인수 합병들이 협력사들의 이익증가에만 기여한 것은 아니다. 화이저의 매출 역시 인수 합병이 진행될 때마다 비약적으로 성장해 2000년 워너램버트 합병시 295억 7000만 달러이던 매출은 2003년 파 마시아 인수시에는 451억 9000만달러로, 2009년 와이어스 인수 시에는 690억만 달러로 계속해서 늘어났다.
해외 기업이라고 해서 항상 성공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단가인하로 원가절감에 치중해 품질 경쟁에서 뒤져 결국 경쟁력이 악화된 기업도 있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한 예이다. 도요타는 해외생산 증대와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춘 경영으로 부품단가를 낮추는 원가경쟁력 전략에 치중했다. 부품사들에게 납품단가 30% 인하를 요구하는 한편, 해외 현지 부품사로부터 저가격 조달을 도모해왔던 것. 이러한 지나친 원가절감활동이 도요타의 '품질경영'의 신화를 무너뜨렸으며, 협력사의 가속페달 품질 문제로 대규모 리콜사태가 이어지면서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동반성장이 어떻게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과 대기업-협력업체간의 상생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업들도 이윤 추구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 함께 발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화이저와 도요타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동반성장에 힘쓰는 기업 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