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뜨거웠다. 흡사 그녀는 그의 '미래'인 듯 했다. 간절히, 그리고 두려움 없이 그녀를 향하는 눈빛에서 우리는 갈망과 염원을 읽었다. 그녀(헤지펀드)를 향한 그(운용·투자자)의 구애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지난 2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뉴스핌 창간 8주년 기념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변화와 프라임 브로커 도입방안'세미나 장은 시작 전부터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앉을 자리 하나 없는데도 물밀 듯 들어오는 참가자들 중 혹자는 세미나장 벽에 몸을 의지했고, 혹자는 아예 계단에 주저앉아 경청했다. 그야말로 헤지펀드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유독 30대로 보이는 젊은 층이 많았다. 의외의 결과였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그들은 운용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투자자의 입장에서 헤지펀드를 주목하고 있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증권사 상품기획 팀 사원은 세미나 참가 동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왔다"며 "업무상 들어두면 좋은 내용이지만 노후를 생각했을 때도 꼭 필요한 자산관리 비법이될 것 같아 참석했다"고 언급했다.
평균 수명 100세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하는 필수 상품인 것이다.
기자가 젊은 층의 높은 세미나 참석률에서 한국 헤지펀드 시장의 미래를 봤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들이 운용자나 투자자, 어느 입장에서든지 한국 헤지펀드 시장을 이끌어 나갈 주인공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한편 이날 세미나 장에서는 시장의 또 다른 젊은이(?)들도 헤지펀드에 대단한 열정을 보였다. 소형 운용사나 신생 자문사들이 그 주인공.
한 자문사 대표는 "요즘 헤지펀드 관련 공청회나 세미나는 모두 참석하고 있다"며 "헤지 시장을 빼 놓고서는 앞으로 금융시장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 패널로 참석한 박상운 FWS투자자문 대표도 헤지펀드 운용사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관련업계의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검토하는 자격 요건들이 정량적 수치를 중시하다보니 실질적인 운용 경험이나 실적 평가가 반영되기 어렵다"며 "도입기에는 외형은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회사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대형증권사를 비롯해 운용사와 자문사, 은행 등 관련업계는 한 목소리로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헤지펀드 운용조직 분리요건이나 일반 적격 투자자의 자격, 프라임브로커 거래와 관련된 규제 수준을 낮춰 시장 활성화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헤지펀드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는지는 이제 금융 당국의 선택에 달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업계가 보이는 관심에 보답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헤지펀드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의 특성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가급적 규제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제 시장은 이달 중순에 발표될 금융당국의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세부안에 주목하고 있다.
용기있는 자가 사랑을 쟁취한다고 했던가.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업계의 젊은이들의 구애가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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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