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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좋아하는 주식은 세련되고 현란하기보다 투박하고 단순하다. 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춘 동시에 경기 호황기에나 불황기에나 사람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필수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그의 투자 철학이다. 이밖에 통상 경제적 해자로 불리는 진입 장벽과 강력한 브랜드, 가격 경쟁력 등이 버핏을 구루의 반열에 올려 놓은 핵심 원칙이다.
버핏은 악어 떼가 득실거리는 해자가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성과 같은 종목을 선호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미국 투자매체 키플린저는 이 같은 요건을 갖춘 이른바 ‘버핏형’ 종목 6개를 추천했다. 지금까지 버핏이 남긴 투자 격언과 그에 합당한 투자 종목을 제시했다.
“한꺼번에 7피트 높이의 담장을 뛰어넘는 것은 내 원칙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1피트씩 딛고 오르는 것이다.” – 크라운 홀딩스(CCK)의 제품을 사용해 보지 않은 소비자는 극히 드물다. 동시에 소비자나 투자자들이 크라운 홀딩스를 입에 올리는 일 역시 지극히 드물다. 약 120년 역사를 지닌 크라운 홀딩스는 한결같이 주력 사업과 수익성을 지켜내고 있다.
크라운 홀딩스의 주력 제품은 소프트 음료의 병마개다. 아울러 미국 식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캔 식품의 용기와 그밖에 관련 제품을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41개 국가에 139개 생산 공장을 갖춘 크라운 홀딩스는 코카콜라와 하인즈, P&G 등 쟁쟁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매출액의 72%를 해외 시장에서 창출하며,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에서 대단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주력 제품이 경기와 관련 없이 반드시 필요한 소비재라는 점에서 매력을 지닌 동시에 자본이익률(ROC)이 16%에 이른다. 강한 현금흐름을 동반하며 올해 90억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1 회계연도 예상 순이익인 주당 2.70달러를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률이 14배로, 밸류에이션 역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주식시장이 10년 동안 문을 닫아도 한결 같은 애정으로 보유할 수 있는 종목에만 투자하라.” –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촉발된 혹독한 경기 침체에도 한결 같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지켜낸 기업 중 하나가 JM 스머커(SJM)다.
폴저스 브랜드를 포함한 커피와 과일 잼, 땅콩 버터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JM 스머커는 대단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23%에 이르고, 1995년 이후 꾸준히 진행된 배당 인상은 금융위기에도 예외가 없었다.
“비즈니스 자체의 경쟁력이 너무나 뛰어나 경영자가 아무리 숙맥이라 해도 망하지 않을 기업에 투자하라. 자격 미달의 멍청이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것이다.” –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경영자가 수 년간 대표직을 놓지 않았지만 유니레버(UN)를 몰락시키지 못했다. 1세기의 역사를 이룩한 유니레버는 경쟁사인 P&G와 네슬레에 비해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진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P&G와 네슬레에서 중역을 역임했던 폴 폴만이 최고경영자로 영입되면서 변신이 시작됐다.
폴만은 비용 감축과 이익률 향상, 실적에 근거한 보상 체제 구축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으로 유니레버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차(tea) 브랜드인 립톤과 도브 등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유니레버는 매출액의 50% 이상을 이머징마켓에서 창출하고 있고, 매출 성장의 80%를 이머징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생산 증가가 6%를 기록, 30년래 최대폭의 외형 확장을 이뤘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380억달러에 이르는 현금 자산을 보유,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욕을 보인 가운데 월가는 유니레버 인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지분 투자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간은 형편없는 기업에게는 적이요, 위대한 기업에게는 훌륭한 벗이다. 자기자본이익률이 20~25%에 이르는 기업이라는 분명 시간은 절친한 벗이다.” – 산업용 가스 및 도료 생산업체인 프렉스에어(PX)의 자기자본이익률은 26%로 버핏이 제시한 요건을 웃돈다. 경기 침체에도 한결같이 수익성을 지켜내는 저력을 지닌 기업이기도 하다. 가격 경쟁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시장 입지를 갖춘 것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용 가스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이머징마켓에서 매출액의 35%를 창출하고 있고, 해외 매출 비중은 60%에 이른다. 18년 연속 배당을 인상, 주주 친화적인 정책 측면에서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모르는 비즈니스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라.” – 아는 곳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충실하게 지킨다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M)가 제격이다. 가정과 상업 및 산업 쓰레기를 수거, 처리하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최근 에너지 폐기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산업 자체가 사양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것이 강점이다.
금융위기 당시 소폭 감소했던 이익은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고, 수익성과 함께 보유 자산 가치 역시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2011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인 2.27달러 기준 16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종목을 매입하는 것이 훌륭한 가격에 적당한 종목을 매입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 치과 기자재를 생산하는 덴츠플라이 인터내셔널(XRAY) 역시 투자자나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구나 아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13만에 이르는 치과 병원을 고객으로 확보한 덴츠플라이는 가격 결정력이 뛰어난 동시에 보험 적용의 사각지대에 속한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와 신흥국의 중산층 확대는 덴츠플라이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20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해외 매출 비중이 62%에 이르기 때문.
주가수익률(PER)이 20배 내외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현금흐름과 함께 성장성을 지니고 있어 버핏형 종목에 포함시키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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