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전세계 주식 투자자들의 우상 워렌 버핏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자신의 투자 실패를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
최근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고 밝힌 버핏이 최근 몇년 새 채권에 투자했다 투자원금 21억 달러(원화 23조 6000억원)의 대부분을 날릴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3일자로 보도했다.
이같은 투자 규모는 버핏이 지난해 일생일대 회심의 투자라고 밝혔던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 인수대금 265억 달러의 약 8% 수준으로 막대한 규모다.
지난 2007년 채무를 극대화시켜 기업을 인수하는 이른바 레버리지바이아웃(LBO, 차입매수) 시대의 절정기에 사들인 회사채가 문제였다.
그는 특히 신용도가 극히 낮아 정규 금리로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이 발행한 이른바 '정크(Junk)' 채권을 헐값으로 사들였다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4/4분기 투자 손실의 일부인 10억 달러를 부실자산인 상각 대상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7년 LBO 방식으로 450억 달러에 인수된 뒤 기업명을 바꾼 에너지퓨쳐홀딩스(EFH)의 정크채를 액면가보다 싸게 할인된 가격에 사들였다.
그는 당시 자신의 투자의사결정은 정크 채권투자나 LBO 방식에 대한 투자라기 보다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의 투자 당시 EFH의 채권수익률은 연간 10%가 넘는 대단히 부실한 상황이었다.
버크셔는 이 채권의 손실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2년 이상 재무제표에 계상하지 않다가 지난해에야 비로소 회복할 수 없는 단기외 기타 손실로 포함시켰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난 주말 발표된 재무제표에서도 이 회사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는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버크셔의 자산가치에는 큰 영향이 없으며 기존 채권투자 손실과 합쳐질 경우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EFH는 지난 2007년 사모펀드인 KKR과 TPG, 골드만삭스 등이 천연가스 가격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인수한 기업으로 구 기업명은 TXU였다.
하지만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 수익성이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엄청난 채무 부담을 떠안은채 실적도 크게 하락,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EFH는 지난해 일부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결정하면서 직접적인 파산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이 채권은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액세스에 따르면 지난 2일 채권시장에서 EFH의 일부 채권은 액면가의 절반 수준인 1달러 당 40~60센트 수준에 할인 거래되고 있다.
버핏은 에너지 업종에 대한 투자를 꽤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실제로 미드아메리칸에너지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미드아메리칸에너지는 지난해 버크셔 해더웨이가 올린 130억 달러의 전체 수익 가운데 11억 달러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주주들에게 보낸 연간투자 서신에서 LBO 방식 투자에 대해 경고하며 "레버리지 투자는 중독성이 있다"며 "이는 기업들에게도 치명적"이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어떤 기업이 치명적인지 해당 기업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