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연이은 대규모 집회에도 묵묵부답의 반응을 보여온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한은 노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김 총재는 또 한은 내부 게시판에 올려진 품격이 낮은 표현, 근거없는 비방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김중수 한은 총재는 '조직개편과 정기인사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편지를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A4 용지 다섯 장을 가득 메운 장문의 글에서 김 총재는 최근 노조와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총재는 "현안은 크게 ▲ 중앙은행의 독립경영 ▲ 보수 ▲ 감사원 지적사항 ▲ 지역본부 개편 ▲ 전임자 수의 다섯 과제"라고 운을 뗐다.
우선 그는 "독립경영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라며 "보는 시각에 따라 만족도가 당연히 다르겠지만 불충분한 점이 있다고 해서 이를 과거와 같은 물리적 방법으로 투쟁하는 것이 시대변화에 맞는지 숙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위와 능력을 전제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성공하는 것"이라며 "'신의 직장', '철 밥통' 같은 수식어로부터 벗어나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조직을 만드는 일부터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에 인식이 잘못 형성돼 있다면 이를 교정하는 것이 한은의 책무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는 "수요자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생산자 입장에서만 활동하는 측면이 사회로부터 우리를 유리시키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고령화되고 상위직급의 직원이 많은 조직에서 시대상황에 맞도록 내부의 여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연륜이 느껴지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과거에 비해 독립경영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수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의 수월성이 반영될 수 있는 전문직의 경우에는 연봉제를 적용해 성과에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연공서열을 토대로 하는 호봉제에 추가한 성과급은 예산제약 등을 감안할 때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준수해야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단지 "규범을 지키는 원칙 아래에서도 우리 직원들의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계속 모색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앞으로는 사전에 매우 세심하게 점검한 후 정책을 수행할 것"이라며 "과거의 정책에 대해 감사원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능력을 매우 유감스럽게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또 지역본부개편에 대해 "조직을 축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대 여건의 변화를 감안해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용하고, 한국은행의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한 단계 더 높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는 일방적으로 조직을 축소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과 인력을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정책을 선택하면 이해득실의 분포가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으로 효용이 더 크다고 판단한 대안을 택한 것"이라면서 "이해상충의 대상이 되는 개개인들이 전적으로 개편 부담을 지지 않도록 적절한 배려가 수반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중수 총재는 타임오프제 관련 전임자수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김 총재는 시간수로 환산해 노조원 999명까지는 3명, 2999명까지는 5명이라는 규정의 해석에 대해 "규모에 따라 비례적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냐"며 "우리와 같이 1500명 규모는 3.5명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999명만 초과하면 5명까지 허용된다는 논리는 999명의 노조원을 가진 조직에서 단 한 명의 노조원이 늘면 전임자 수가 두 명 늘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는 아울러 "다른 측면에서는 전임 노조 활동으로 다년간 업무를 떠난 후 복귀했을 때 생산성이 어떨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총재로서 노조원은 노조 구성원이기 이전에 한은의 직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김중수 총재는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총재는 " '발참방'과 '송현골'에 제시된 의견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면서도 "품격이 낮은 표현, 근거 없는 비방에 적지않은 실망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무기명으로 소통하는 공간에서 '악플'이 풍미하고 있는 현상이 우리 사회의 치부인데 한국은행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아 다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중수 총재는 마지막으로 "직장과 정년이 보장된 상황이 우리 조직의 이미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공조직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의 소유의식이 없기 때문"임을 강조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한국은행을 더 권위 있고 경쟁력 높은 중앙은행으로 변모시켜 국가에게는 더욱 소중한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이 시대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답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함유한, 위대한 조직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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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