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상화 속도&폭 커진다 vs 시기만 앞당겼을 뿐
[뉴스핌=안보람 기자] 1999년 이후 12년만에 단행된 1월 금리 인상의 의미를 분석하느라 시장참가자들이 분주하다.
올해 금리인상이 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위축시키기 위한 액션일 뿐 달라진 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 연간 금리인상 애초 예상보다 1~2회 늘어날 것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빨라진 금통위의 행보가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라며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일부 발 빠른 증권사들은 기존 예상했던 것 보다 상반기 기준금리가 25bp 추가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치를 바꿨다. 1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의 시그널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상반기말 기준금리는 3.25%로 올라설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선물의 최동철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의 일등공신이 물가인데 공급과 수요, 기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인플레이션은 1회의 금리인상으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라는 요인이 있긴 하지만 향후 한은은 최소 분기 1회 정도의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75~100bp의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100~125bp로 상향 조정했다.
1월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 미래에셋증권의 박희찬 이코노미스트 역시 "연간 네 차례 정도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이 적극적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최근 경기 상승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고 국내 경기도 상반기 빠른 경기반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음 인상은 3~4월에 될 듯하다"며 "금리인상이 상반기에 더 집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반기말 기준금리 전망치도 3.0%에서 3.25%로 높여잡았다.
IBK투자증권의 오창섭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추가적인 기준금리인상까지 2~3개월의 시차를 두는데 1월에는 1개월의 시차를 뒀을 뿐"이라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애널리스트 또한 "상반기 중 50bp의 금리인상을 예상했으나 추가 50bp 인상도 가능해보인다"고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아직은 유럽의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세계경제의 회복속도가 완만하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인상은 1~2개월의 간격을 둘 것 같다"면서도 상반기말 기준금리를 3.25%로 기존 3.00%보다 25bp 상향 조정했다.
◆ 먼저 맞은 매
반면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김중수 총재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방지'를 강조했음을 들어 첫 출발만 빨라졌을 뿐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상치 못한 금리인상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가 심어져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정부의 경우 기본적으로 '성장'을 중시하고 있는데다 김중수 총재가 여전히 대외여건이 불확실함을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증권의 박혁수 애널리스트는 "1월 금리인상은 시장의 예상과 다소 배치된 결정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물가안정을 위한 관련 부처간 공조 차원"이라며 "올해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이미 예고됐다"고 평가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실제 1월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었다.
그는 "당초보다 금리인상의 폭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1월 금리인상이 시장 우려의 서곡은 아닐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인상은 정책당국이 물가에 올인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금리인상이라는 판단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성장중심 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외여건도 녹록치 않다"며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분기당 1차례씩 총 4차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본 전망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의 유재호 애널리스트 또한 "김중수 총재는 '기대심리'라는 표현을 모두 5번이나 반복했고, '앞으로 통화정책은' 부분에서도 성장을 물가보다 앞에 뒀다"며 "심리를 통제할 때는 예상 못한 단발성 긴축이면 효과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심리만 잡고 싶은 게 금통위의 진심이고 본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상반기에 2개월 간격으로 금리인상이 집중돼 연말 3.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HMC투자증권의 이정준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한박자 빠르게 진행된 1월 기준금리 인상에는 실질적인 물가상승 억제 효과를 떠나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금통위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금리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1월 금리인상은 기존전망보다 1개월 앞당겨졌을 뿐 기존전망을 바꿀 만큼의 큰 영향은 없다"고 단언했다.
삼성증권의 최석원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는 저금리와 급격한 환율 하락의 방지를 정책기조로 가지고 있다"며 "이번 인상은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예상치 못한 변화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정책금리 인상을 늦출 경우 나타날 정부와 한국은행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환율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과 베이스 효과에 의한 하반기 물가 상승률 수준 하락 전망,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기대 물가상승 압력 완화 등을 감안하면 속도와 수준의 측면에서 상반기 추가 2회 이상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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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