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올해 미국 등의 금리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미국과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구랍 31일 보도했다.
당분간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시중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택 소유자들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지방 정부 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위험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3년동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지난해 유로존 소버린 채무 위기 상황에서도 위협 요소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최근 아일랜드 위기 상황에서도 많은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가치 급락으로 부실이 심화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올해에 어느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 금융권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손실 인식 및 상각을 늦추고 계속 만기를 연장해 온 상황이다.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시중 금리가 충분히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이후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같은 부실 대출로 인한 손실을 견딜 수 없게 되고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는 자금 재조달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금융연합회(IIF)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월까지 250억 달러의 투자적격등급 상업용 부동산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올해 3월에는 3750억 달러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IIF에 따르면 현재까지 문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은행들의 만기 연장으로 넘겨져 온 상황. 이로 인해 디폴트 상황은 피할 수 있었지만 오는 2014년까지 총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문의 재융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IIF의 지적에 따르면 현재 이같은 상업용 부동산의 절반 가까이가 현재 시점에서 부동산 가격보다 대출이 더 많은 이른바 '깡통(underwater)' 상황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낙관론자는 자산가격이 곧 회복될 것으로 보여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최우량등급 상업용 모기지 담보부 증권(CMBS)도 시장에서 거래될 것이며 이로 인해 이보다 등급이 낮은 CMBS도 점차 시장에서 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과 영국의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CMBS가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회복세에 있지만 여전히 최고점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재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디폴트(채무불이행)'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이 직격탄을 입을 전망이다. 이들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을 거의 인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금융기관에서도 대출 부실에 따른 디폴트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 영국의 글로벌 기업대출의 3분의 1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이었고 이들 대출의 대부분이 만기연장 조치를 통해 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DTZ 리서치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대출 만기에 따른 추가 조달이 필요한 자금 사이의 격차는 향후 3년간 54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경우도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추가 조달 필요금액의 상황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최근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부양자금 지원과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 덕분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 금리가 올해 들어 정상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