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도크 회전율, 생산자동화율 등 확보
-드립십 등 고부가가치선 독보적 기술로 수주↑
-"무결함으로 만들면서 선주들 오퍼도 이어져"
[거제도=뉴스핌 이강혁 기자] 지난 2010년. 국내 조선업계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호황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우리 조선사들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세계의 이목을 한껏 모은 한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었지만 성장 엔진에 대한 끊임없는 경쟁력 확보로 단기간에 불황 탈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같은 조선업계의 부활 중심에는 삼성중공업이 자리하고 있다. 눈앞의 이익이 가능한 선종에만 매달리지 않고 고부가치선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생산성 향상, 품질 관리 등의 경영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조선사로 자리매김했다.
◆ 생산성 확보..지난해 13조원 매출 기록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은 거제조선소가 출발점이다. 1년 내내 선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곳이다.
새해를 코앞에 둔 지난 달 27일 새벽. 김해공항에서 15분 남짓 헬기를 타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찾았다.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발밑에 두고 바다를 건너 거제도에 다다르자 조선소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웅장한 조선소의 모습이 장관이다.
330만 제곱미터(100만평)의 부지에 육상도크 3기, 플로팅도크 4기의 거제조선소에는 이날도 약 3만명의 직원들이 남산타워보다 더 큰 선박을 건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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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도크 전경. |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LNG-FPSO 1척, LNG선 2척, 드릴십 3척, 컨테이너선 20척, 유조선 46척 등 총 75척(97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약 13조원에 해당하는 매출이다. 현재 수주잔량만 31개월치 조업물량인 212척(390억 달러)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수주 실적이 가능했던 것은 거제조선소가 갖추고 있는 경쟁력 때문이다.
거제조선소는 세계 3대 국제규격을 공인 받은 첫번째 조선소다. 또, 세계 최고의 도크 회전율을 자랑하기도 한다. 로봇을 활용한 세계 최고의 생산자동화율도 이곳의 경쟁력이다.
실제 거제조선소 직원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각 공정에서는 스파이더 로봇을 비롯해 블라스팅 로봇, 파이프 내부 자동 검사-청소 로봇 등 자체 개발한 각종 지능형 로봇들을 활용해 안전은 물론, 완벽한 품질을 확보하고 있었다.
특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거대한 철판을 자르고, 이를 서로 합쳐 도크로 이동시켜 초대형 선박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만큼 신기할 정도다.
생산성 확보도 거제조선소의 수주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메가 블록 공법 도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단적으로 기존 100여개의 블록을 조립해야 한 척의 배가 완성된다면 메가 공법은 블록수를 8개로 줄이고 대신 블록의 크기를 늘려 한 척을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거제조선소 정동철 총무파트장은 "조선소의 설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라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까다로운 선주들의 요구를 맞춰내면서 효과가 배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드릴십 등 고부가치선 독보적 경쟁력 확보
삼성중공업은 고부가치선의 대명사이자, 해양분야의 대표적인 성장 엔진인 드릴십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무려 60%에 달한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6척 가운데 3척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립십 53척 가운데 무려 32척이 삼성중공업의 몫으로 돌아왔다.
거제조선소 감필재 해양PM2팀 파트장은 "2009년 14척을 인도했고, 2010년 6척, 2011년에 12척이 선주들에게 인도될 예정"이라면서 "품질이 안정화되는 등 무결함으로 만들면서 선주들의 오퍼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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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프라이드 드릴십. |
드릴십의 경쟁력은 얼마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해상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런 측면에서 경쟁사들과 비교해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PS)이란 첨단 위치제어시스템 장착으로 가능하다.
감 파트장에 따르면 배 밑에 달린 6개의 추진체가 GPS 정보를 수신해 쉴새없이 움직이며 균형을 잡는다. 아무리 파도가 높아도 반경 3~4m 밖에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일례로 1998년 멕시코에 허리케인이 몰려왔을 때 다른 배들은 전부 피항했지만 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은 그 자리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시추작업을 계속했다.
감 파트장은 "이 같은 기술력으로 최고의 안정성을 갖췄다는 소문이 이어졌고, 오일 값이 오르면서 발주가 이어지자 삼성중공업 드릴십을 찾는 선주들이 많아졌다"면서 "하루만 배를 놀려도 손해가 큰 탓에 선주들이 안정성과 운전효율성 두가지를 모두 갖춘 삼성중공업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발전기를 이용한 친환경 전기추진 구동방식을 통해 12노트의 속도로 해역을 옮겨가며 순발력있는 시추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드릴십의 경쟁력이다. 막대한 견인 비용이 요구되는 부유식 해양시추설비 보다 경제성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 세계 최초 극지용 드릴십 '전망 밝다'
삼성종공업은 이런 단계에서 한단계 더 발전된 드릴십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유전개발이 대륙붕에서 심해로 옮겨가고 있는데다, 극지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북해 지역 해상 조건을 이기고 원유를 캘 수 있는 북해 극지용 드릴십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얼음 덩어리들이 많이 떠나니는 북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가 적용됐고, 선체두께가 무려 4cm에 달해 기자재 보온처리로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드릴십 분야의 향후 전망은 앞으로 40년 이상 매우 밝다"면서 "현재가 수주 바닥이라는 점에서 오일 매니저들이 움직이면서 선가도 크게 오를 것이고, 북해쪽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도 몇몇 선주들과 2011년 드릴십 수주를 위한 물밑 접촉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드립십이 2000년 초반 가격으로 선가를 형성하고 있고, 투자에 나선 오일 매니저들이 시장의 니즈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어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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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