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기자]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멀른 미국 합참의장은 일단 한국의 북한 도발에 대한 독자 대응 여지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한국의 독자 대응보다는 양국 합동 대응에 무게를 뒀다.
특히 그는 필요할 경우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일본이 참가할 수 있다는 식의 돌발 카드를 제시해 주목된다.
한국과의 공식 협의 결과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이 카드는 사실 멀른 의장의 이번 방한에서 중국에 전달한 중요한 메시지이자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군사 조약상의 동맹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미일 합동 군사작전을 제시한 미국 합참의장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한미 합참의장은 8일 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멀른 미국 합참의장은 "한국의 영토방위는 정당"하다면서 "미국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자체로 보면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적 대응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멀른 의장은 이보다는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한미합동훈련에 일본 자위대까지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한국은 군사조약 동맹국이 아닌 일본과 대등한 관계에서 합동 작전을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고, 또 평화헌법에 기반한 일본 자위대가 정전국인 한국 군사작전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도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합참의장의 발언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일본 언론들은 멀른 의장의 발언이 한일 특수 관계를 고려할 때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관심있게 보도했다. 미국 언론 역시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례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한미합참 회의에서 자위권을 존중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제까지 와는 달리 평시 작전에서 국지도발에 대한 미국 전략 지원을 허용했다는 점은 새로운 전시작전권의 성립을 의미한다는 식의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 쪽 언론은 이것이 사실 한국군의 독자적인 강경 대응을 억제할 수 있는 견제장치라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자 기사에서 "이 같은 작전권 규칙의 수정은 이번에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당국자는 밝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멀른 의장이 이날 일본 자위대 수장을 만날 계획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다시 한번 한미일 3국 공동군사작전이 형성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3국의 공동군사작전이 형성될 경우 이는 동북아의 전략 구도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과거에도 주목받았던 개념이다. 이 지역에 준(準)군사조약기구가 형성되는 것과 같으며, 중국이 전략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가 한일의 군사적 결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매우 경계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도 멀른 의장이 한일 양국을 방문하면서 제시한 이 카드는 중국을 압박하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여 논의의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