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계구도 영향 의도, 안팎에서 사퇴압력 커질 듯
- 역대 금융계 CEO 중징계받고 모두 이사직 사퇴
[뉴스핌=배규민 기자]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전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음에 따라 등기 이사직 유지가 위태롭게 됐다.
중징계까지 받은 입장에서 이사직을 고집하는 것은 후임 경영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라는 오해를 불러, 또다른 위기의 불씨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에게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 김광식 공보국장은 “앞으로 있을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라 전 회장에 대한 징계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 전 회장은 현행 감독규정상 업무집행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등기이사직에 대한 규제는 없어 라 전회장이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없어 보인다.
하지만 신한금융그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입장에서 이사직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상당은 꽤 큰 중징계"라면서 "그럼에도 라 전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향후 후계구도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또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조직이나 라 전 회장 본인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데는 라 전 회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당장 금감원이 '괘씸죄'를 물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직책을 유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역시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징계를 받고, 회장직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금감원은 오는 8일부터 신한은행에 대해 일주일동안 사전검사에 들어간다. 또 오는 22일부터 본검사를 실시할 계획으로 이 과정에서 라 전 회장에 대해 불리한 내용들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재일동포 이사들이 9일 열리는 특별위원회에서 라 전회장의 중징계 결정을 이유로 이사직 유지에 대해 문제를 삼을 가능성도 있다.
재일동포 이사들은 라 전 회장 측 사람이라는 이유로 특별위원회 멤버에 류시열 회장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 바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 구상에 라 전 회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을 우려해서다.
아울러 검찰의 결과도 라 전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은 머지 않아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을 소환하고, 11월 중으로 결과를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라 전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을 기소할 경우 이들 모두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뉴스핌 Newspim] 배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