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주식투자자들의 살아있는 우상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새로운 투자자산 관리자로 영입된 39세의 토드 콤스에 대해 전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콤스는 이 직책을 얻기 위해 과거에도 버크셔에 입사지원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 사실상 후계자? 버핏 포트폴리오 이어받을 듯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의 은퇴나 유고시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인계받을 후계자로 펀드매니저 출신인 콤스를 영입한 것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논란을 벌이는 모습이다.
콤스는 지난 2007년 초만 하더라도 버핏이 자신의 후계자로 물색하려 했던 수백 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다. 당시 그의 이력은 전혀 돋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콤스는 찰스 멍어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에게 새로운 서신을 보내 자신을 만나줄 것을 요청했다.
멍어 부회장은 이에 대해 "매년 이같은 내용의 서신을 수백통 받고 있다"며 "하지만 콤스의 요청에는 뭔가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멍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콤스를 만난 뒤 버핏에게 전화로 그에 대해 "당신이 분명히 좋아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버핏은 자신과 멍어가 콤스에 대해 똑똑하다는 점 뿐만 아니라 버크셔의 검약한 기업 문화에도 적합하다는 점을 설득당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콤스를 선택한 것에 대해 기업들을 인수할 때와 같은 육감과 비슷한 결정이었다고 술회했다.
버핏은 콤스에 대해 "그는 100% 버크셔의 문화에 적합하다"며 "내가 자리에 없는 동안에도 이같은 기업문화가 도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토드는 적임자"고 말했다.
◆ 시장 반응 '이건 뭥미?' 주가도 이틀간 3.5%대 급락
하지만 버크셔의 주주들은 이같은 소식에 대해 그다지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콤스의 영입 소식이 전해진 뒤 버크셔 주주들이 연달아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이 주가에 처음 반영된 지난 26일 뉴욕증시에서 버크셔 주가는 1.3% 하락했고 이어 27일에도 2.27%가 추가 급락했다.
이틀 전만해도 주당 12만 5030달러였던 버크셔 주가는 12만 655달러로 간신히 12만달러 선에 턱걸이하고 있다.
콤스가 발탁된 것은 분명히 미국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책임이 높은 직책에 오른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볼 수 있다.
콤스는 지난 1993년 플로리다주립대를 졸업한 뒤 현지 주정부 금융규제 당국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은행 감독 업무를 맡았다.
이후 그는 자동차 보험업체인 프로그레시브에서 리스크 분석업무를 맡았다. 이곳에서 만난 그의 상관인 척 데이비스가 헤지펀드를 창업하면서 펀드업계에 입문하게 됐다.
콤스와 일을 해본 사람들은 그에 대해 금융업종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재무 및 규제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콤스는 신문과 금융업계 보고서를 오랜 시간을 투자해 면밀히 읽고 스스로 리서치를 하는 쪽이었다.
◆ 콤스, 버핏 스타일의 가치투자 이론으로 무장
지난 2000년 콤스는 콜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에 진학했고 대학원 2년때 이 학교의 가치투자프로그램(VIP)에 선발된 40명의 학생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이 곳에서 브루스 그린월드 교수를 비롯한 유명 펀드매니저 출신의 교수진에게서 주식의 가치를 분석하는 이론을 전수받았다.
지난 2002년 콤스에게 '응용 가치투자' 과목을 가르친 바 있는 햄블토니언 파트너스의 리처드 헨레이 펀드매니저는 "가르치자 마자 실력이 발전하는 학생이었다"며 "자금을 관리하는데 천부적인 재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콤스는 "MBA 과정의 동료 학생들에 비해 발군의 우수한 자질이 있었다"며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 가운데 최고 수준의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헨레이는 그가 가르친 MBA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대회에서 콤스는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MBA 학위를 마친 뒤 콤스는 모건스탠리 출신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코트 시퍼렐이 창립한 코퍼아치 캐피탈에서 금융주를 분석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코퍼아치는 대략 10억달러 수준의 자산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버핏 스타일의 가치투자 모델을 통한 장기적 주식 투자에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위기 이전 매도포지션 설정해 높은 수익 거둬
콤스는 2005년 코퍼아치를 떠나 프로그레시브 보험 시절 상관이었던 데이비스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스톤 포인트로 옮긴다.
이 곳에서 그는 데이비스로부터 초기자금 350만달러를 지원을 받아 자신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인 캐슬포인트를 설립하게 된다.
콤스의 캐슬포인트 펀드 고객이었던 자레드 페리에 따르면 콤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 대단히 열정적인 펀드매니저였다.
그는 콤스와 같이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열정적이고 면밀하게 알고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콤스는 지난 2005년 11월 펀드를 출범한 이래 5년동안 34%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콤스는 자신의 투자기법을 통해 금융시장 버블 형성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것을 확인하고 금융주의 매도 포지션을 통해 10%대가 넘는 연간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최성기였던 지난 2008년에는 5%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6%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회복했으나 올해들어 지난 9월까지 4%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 하락리스크 분석 뛰어나. 면바지 즐겨입고 정장은 '싫어'
콤스는 보통의 헤지펀드 매니저들과는 달리 투자의견을 공유하지 않고 자신만의 전략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콤스의 이같은 성격 때문에 그의 펀드가 4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며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현재 콤스의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고객 가운데에는 보험사인 액시스캐피탈을 비롯, 월마트 회장 샘 월튼의 자녀들이 소유한 월튼투자파트너십과 뉴욕의 대형 박물관도 있다.
일부 고객들은 콤스가 주가 급등보다는 하락리스크를 분석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고 지적한다.
콤스는 일요일에도 사무실에 나와 일하거나 투자자들과 투자전략에 대해 통화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그는 집무실에서도 카키색 면바지와 캐주얼 셔츠를 즐겨입으며, 넥타이를 매거나 정장 차림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