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 2030년 중국 상하이. 중국 산업화의 상징인 이 도시에서는 화석연료를 취급하는 주유소를 찾아 볼 수 없다.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친환경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다. 차량 간 거리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똑똑한 자동차 덕분에 교통사고도 없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자동차에 홀로 앉아 도심을 질주한다. 운전석에 앉아 이메일을 자유롭게 주고 받기도 한다. 제너럴 모터스의 EN-V가 도심을 질주하면서 생긴 변화다.
제너럴 모터스(GM)가 친환경 전기차 EN-V 컨셉트카를 선보이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이 같은 세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 인근에서 시승한 EN-V 컨셉트카는 GM이 꿈꾸는 세상을 현실로 바짝 다가서게 한 느낌이다. GM이 꿈꾸는 세상은 결국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다.
네트워크 전기차량을 의미하는 EN-V는 신개념 미래 운송수단이다. 이동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환경과 디자인 혁신까지도 고려해 개발했다.
EN-V는 GM이 지난 2009년 4월 선보인 P.U.M.A(Personal Urban Mobility and Accessibility) 컨셉트카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모델이다. 아직 컨셉트카이지만 불과 1년 만의 비약적 발전이다.
EN-V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EN-V는 두바퀴로 움직인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아 구동되는 전기모터가 차량의 가속, 감속, 정지 등 전반적인 운행을 담당한다. 여기에 자세제어 기능이 결합돼 차량 회전반경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차량운행으로 인한 배기가스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가정용 전기 콘센트를 이용한 1회 충전으로 하루 최대 4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실내는 두 사람만 탈 수 있다. 전자오락기를 연상시키는 핸들을 조작해 누구든 간편하게 운전이 가능하다.
GPS와 차량간 교신, 거리측정 센서 등이 탑재돼 핸들을 조작하지 않고 자동운전이 가능하다. 자동운전 상태에서는 위험요소를 미리 감지해 정지하고, 스마트폰 등 무선 운전도 실현됐다.
EN-V에 적용된 차선이탈 경고, 사각지대 탐색 및 속도감응식 크루즈컨트롤 기능 등 기본 원리는 기존의 GM 차량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EN-V는 도심 운전자의 주행속도와 평균 주행거리에 맞춰 개발됐다. 일반적인 자동차에 비해 무게와 크기가 3분의1 정도로 복잡한 도심에서 기존 자동차 주차장 공간을 5배 이상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GM은 EN-V 컨셉트카를 20년을 내다본 개발이라고 설명했다.
![]() |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 인근 저장성에 위치한 나인 드래곤 리조트에서 GM 관계자들이 친환경 전기차 EN-V 컨셉트카를 선보이고 있다. |
글로벌 산업계가 너다나도 '친환경'을 외치고 있다.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야할 숙제다.
이에 발맞춰 완성차 업체들도 수년전부터 각종 친환경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어떤 첨단 기술로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가 업체들의 고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몸에 와닿는 수준은 아니다.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GM이 이번에 선보인 EN-V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합격점이다. 정책적으로 인프라만 잘 갖춰준다면 20년이라 아니라 10년 안에도 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GM 관계자의 설명이다.
GM은 지난해 6월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일부 수익사업만을 떼어내 뉴 GM으로 새출발하고 있다.
당시 '100년 기업의 몰락'이라고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15개나 되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세계 자동차 시장을 쥐락펴락했지만 방만한 경영으로 미래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거센 질책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GM이 20년을 내다본 첨단 기술의 친환경차 개발에는 게으름을 펴지 않았다. 현재보다는 미래 시장에 승부수를 던져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도 있었을 터다.
GM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은 끊임없은 혁신적 제품 개발"이라면서 "첨단 기술과 미래의 요구를 신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