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럽의 재정위기는 이른바 '피그(PIIGS)' 국가들로 대변된다. 그런데 이들 주변국에 속하지 않는 중심국의 한 나라가 재정 우려를 불어일으키는 국가 대열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바로 6월 분리주의 정당이 득세한 벨기에가 정치적 분리 위협 때문에 재정 건정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결국 유로존 주요국에게는 '문제아'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유로존은 채무 위기가 발생하면서 그리스에 110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단행하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7500억 유로 규모의 긴급 기금을 설치했다. 위기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하면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까지 번졌다.
이런 와중에 북구 유럽의 선진국이자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을 수도로 삼고 있는 벨기에가 재정 위기국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재정 면에서 벨기에는 변방국보다는 중심국에 가까운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 차이에 기반한 분리주의 운동과 또 이들 정당의 승리에 따른 정치적 분리 양상 때문에 벨기에 정부는 4월 이후 구성되지를 못했고, 이는 재정 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킬 것이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벨기에는 2009년에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6%에 이른 뒤 올해는 4.8%로 적자 비중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재정적자 규모는 유로존 내에서도 가장 낮고 핵심 국가들인 독일(4.5%), 프랑스(8%) 그리고 네덜란드(6%) 등과 비교해도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2011 회계연도에 적자를 GDP의 4.1%로 낮춘다는 목표가 당장 위험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2012년까지 EU의 기준인 3%까지 적자를 줄이려는 계획도 실현되기 어렵게 된다.
ING뱅크의 전문가는 "이제까지는 정부가 구성되지 않은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는 점점 더 문제적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벨기에의 재정적자 비중이 문제적이지는 않게 보이지만, 벨기에는 국가 채무가 이미 GDP의 100% 수준에 도달해 유로존 중심국들 보다는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가깝다.
벨기에의 이 같은 적자 문제는 당장 시장에서 문제시 되지 않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근 상승하기는 했지만, 독일 분트채 대비 스프레드는 여전히 0.8%포인트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0.4%포인트에서 높아진 것이다.
벨기에의 프리미엄은 스페인과 유사한 1.6%포인트에 이르지만, 아일랜드의 4%포인트에 비하면 낮다.
4월 정부가 붕괴되면서 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하기는 했지만, 6월 중순 기록한 단기 고점에서는 후퇴했다. 5년물 CDS프리미엄은 지난주 목요일 119bp 수준을 나타냈다.
4월 이전에는 60bp 수준이었던 이 프리미엄은 6월 한때 149bp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벨기에가 주변국에 비해서는 대외 경쟁력이 있고 가계 저축 성향도 높은데다 성장률도 강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해와다.
하지만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유럽 담당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유로존 주변국 문제가 확산될 경우 벨기에와 같은 중심국가로도 문제가 번질 수 있고, 이것이 나아가 프랑스나 여타 중심 국가들에도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