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 자녀 3남매의 올해 연말 인사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모두가 경영일선에 전진배치되면서 최고 경영자로 본격적인 데뷔식을 치룬 탓에 올해 인사에서 어떤 보직을 부여 받느냐에 따라 경영과 지배구조 개편 역할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수년 간 구체적인 경영능력 검증의 시기를 보내고 지난 해 연말 인사를 통해 부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한해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반의 최고 경영자로 독자적인 경영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사장이 맡고 있는 보직은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대표 경영인 성격을 가진 자리다. 사 업부 간 업무조정과 글로벌 주요 거래선 챙기기도 그의 역량 안에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단독 CEO로 총괄하고 있지만 이 부사장의 역할은 그만큼 막중하다. 특히 최 사 장은 이 부사장과 오랜기간 신뢰를 쌓아오면서 그룹 내부에서 '이재용 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어 투톱의 경영자가 '뉴 삼성'의 주역으로 활발한 대내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 부사장의 올해 연말 승진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오너 경영인의 승진 인사라는 것이 특별한 연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주요 거래선 챙기기나 미래사업 발굴 등 현안의 '스피드경영'을 위해서는 역할에 적합한 보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학수 고문 등 삼성 핵심 경영인들이 지난 8월 특별사면되면서 연말 인사에서의 경영 복귀도 점쳐지고 있어 이 부사장의 경영행보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부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경영전략담당) 전무는 올해 인사에서는 승진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빠(재용)와 동생(서현)이 승진한 가운데 전무 1년차로 2년 내리 승진은 부담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 전무는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해 경영에 첫발을 내디딘 뒤 지난 2001년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 을 거쳐 2005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9년초부터 호텔신라 전무로서, 그 해 9월에는 에버랜드 전무까지 맡아 겸직하고 있다.
이 전무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도 지난해 연말 승진하면서 전기전자 계열사의 핵심 경영인으로 부상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특히 이 전무의 승진 여부와 함께 담당업무의 변경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삼성물산 경영에 일부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부진 전무에 이어 삼성석유화학의 대주주다. 이부진 전무는 삼성석화의 33.19%의 지분율 을, 삼성물산은 27.27%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 형태인 삼성종합화학도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다. 지분율은 38.68%이다. 삼성종합화학을 통해 삼성토탈(지분율 50%)로 지배력이 이어진다.
이 전무가 삼성물산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석유화학 분야까지 총체적인 지휘가 가능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는 상대적으로 올해 승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인 사에서 승진하면서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와 함께 책임 경영자 자리에 올랐지만 그룹 경영 중심 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고, 아직 경영 입지를 다져가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이 전무는 현재 삼성그룹 광고 전반을 아우르는 제일기획 전무를 겸직하면서 제일모직의 핵심 브랜드 전략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기획담당 상무 보를 거쳤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인사가 로열패밀리라고 해서 두드러진 특혜를 주는 스타일은 아니고, 아직 인사 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누구의 승진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년부터는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일부 계열사의 합병 문제 등 현안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로열패밀리의 역할에 일부분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이날, 20일~24일까지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계 국가올림픽총연합회(ANOC) 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연말 조직개편과 관련해 "젊게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50대 경영인들로 세대교체를 진행한 바 있어,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은 이번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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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용 부사장, 이부진 전무, 이서현 전무. |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