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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 필요"

기사입력 : 2010년08월20일 18:35

최종수정 : 2010년08월20일 18:35

[뉴스핌=김사헌 기자]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 경기침체에 대해 상호 책임 공방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학 교수가 경제학자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낡은 거시경제 모형을 버리고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을 도입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스티글리츠는 19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의견'을 통해 "그 동안 경제학자들은 당국자들로 하여금 시장은 자율규제가 가능하고 또한 자정 능력이 있는 것이라는 식으로 안심하도록 호도했으며, 금융시장의 가격은 모든 관련 정보를 완전하게 반영한다는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통념이 지배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책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경제만 어려운 것이 것이 아니라 위기 이전의 경제학적 패러다임도 어기적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티글리츠는 먼저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지배적인 거시경제 모형이 얼마나 특이한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그 모형이 가지는 한계들을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많은 거시 모형은 수요가 그에 딱맞는 공급의 짝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업이란 없다고 가정한다. 지금 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특별여가를 지내는 셈이며, 그들이 왜 불행한지는 심리학의 영역이지 경제학이 답할 문제가 아니라는 식이다.

또 많이들 '대표적 경제주체모형(representative agent model)'을 이용하는데, 여기서는 모든 개인이 동일하다고 가정되며, 따라서 누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의미있는 금융시장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정보비대칭성은 현대 경제학의 초석을 놓은 가정이지만, 이 역시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정보비대칭성은 개인들이 심각한 정신분열을 겪어야 등장하게 되는데, 이런 가정은 완전한 합리성이라는 또다른 우선시되는 가정과 양립 불가능하다.

이 같은 나쁜 거시 모형들은 나쁜 정책을 이끈다고 스티글리츠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발생하는 작은 경제적 비효율성에 주목하던 중앙은행은 고장난 금융시장과 자산가격 거품에서 발생하는 훨씬 더 거대한 비효율성을 아예 배제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거시모형이 금융시장은 항상 효율적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특히 표준 거시경제학 모형은 은행에 대한 적절한 분석 내용을 포함하고 있질 않기 때문에, 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은행들이 리스크관리 면에서 좀 더 잘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놀랐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진짜 놀라운 것은, 은행가나 매니저들이 근시안적으로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삐뚫어진 인센티브 방식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보더라도 그린스펀이 이처럼 놀라는 것 자체가 놀라인 일이라는 얘기다.

표준모형은 그 예측 능력에 따라 점수를 매길 수 있고, 특히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평상시에 경제가 2.4% 성장할지 아니면 2.5% 성장할지 그 전망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큰 경기침체가 발생할 위험에 대해서 아는 것에 비하면 그 중요성이 훨씬 떨어진다.

이런 면에서 표준모형들은 처참하게 실패했고, 이런 모형에 기초한 정책당국자들의 예측은 당국의 신뢰를 완전히 잠식하게 만들었다. 정책당국자들은 위기가 오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또 알고 있다고 해도 거품이 붕괴된 이후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며 그 결과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짧고 또 덜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는 다만 다수의 주류가 이런 잘못된 모형을 이용하는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대안적인 분석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경제이론은 표준모형의 핵심 결론들 다수가 '로버스트'하지 않다는 점을, 즉 그 가정들을 조금만 바꾸어도 결론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심지어 작은 정보비대칭성 혹은 위험시장에서의 불완전성 등은 곧 금융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저 유명한 결론도 더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것이 됐다.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 은행 매니저들이 개인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세계경제의 '웰빙'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통화정책은 신용의 효용성을 통해 그리고 그것이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효용이 되도록 만드는 조건들을 통해 경제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것을 이해하려면 은행과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ector)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야 한다. 재무증권과 대출금리 사이의 스프레드는 크게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체계적 위험과 신용의 상호연계에 따라 등장하는 그 위험에 대해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스티글리츠는 이번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수 년 전부터 일부 연구자들은 위기 시에 일련의 파산 사태가 매우 중대한 방식으로 발생할 가능성과 같은 쟁점에 주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이 가계, 기업, 은행 등 경제적 주체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주의깊게 모형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런 경제주체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모든 주체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모형에서는 연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는 심지어 신성불가침인 합리성의 가정도 공격을 받고 있으며, 합리성과 거시경제적 행태의 결과 사이에는 반드시 설명되어야 하는 체계적인 분기(systemic deviation)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티글리츠는 경제학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며, 너무 많이들 잘못된 모형에 투여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마치 프톨레마이어스가 천동성을 사수하려는 시도처럼 패러다임을 복잡하게 만들고 새롭게 정의하려는 무수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모형들이 개선되고 그에 기초한 정책도 좀 더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실패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스티글리츠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미 우리 손아귀에 있다고 했다.

지적인 구성요소들도 있고, 또 집단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다양한 학자군을 모을 연구소인 'Institute for New Economic Thinking'과 같은 곳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런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경제학자나 정책당국의 신뢰 회복 보다는 우리 경제의 안정과 번영일 것이라고 스티글리츠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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