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경기 둔화 가능성 예의 주시, 성장 뒷받침 금융완화기조 유지
- 세계경제 혼조,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 더블딥 없을 것
- 국내 고용 회복, 경기확장 국면 진입 시사,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 고조
- 추석, 금리결정에 영향 없어
- 선진국 경기둔화, 성장지원 등 9월 금리인상 시그널은 부족한 듯
[뉴스핌=안보람 이영기 이기석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통화신용정책을 위한 기준금리를 2.25%에서 동결했다.
하지만 김중수 총재의 경기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었다. 단지 지난달 금리인상의 효과를 더 관찰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중수 총재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둔화에 대해 "경제 성장속도가 지연되는 것이 사실"임을 인정하면서도 '하강'이 아니라며, 글로벌 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악화되는, 이른바 '더블딥'(Double-dip)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고용의 경우 민간고용의 회복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표현하며 경기가 "확장국면"으로 진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추석을 전후로 금리를 인상한 적이 없다는 과거의 예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석은 금통위의 금리결정 변수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런 점에서 금리인상 논란은 9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다시 열리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다만 그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는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이나 김중수 총재가 하반기 물가오름폭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는 있지만, 그보다는 선진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향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향후 국내 경제성장의 하방리스크를 이전처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확대했던 재정적자를 향후 축소할 것이라는 데서 찾는 게 아니라 선진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에서 찾고 있는 만큼,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 여부가 중요한 포인트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별로 없고 중국도 경기가 주춤거리지만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경기둔화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시간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금통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현 2.25%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시각이 후퇴한 것은 아니었다. 김중수 총재는 고용 사정을 언급하며 경기확장 국면으로서의 진입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중수 총재는 "후행지표인 고용이 민간부분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우리경제가 이미 성장수준을 회복했고 어쩌면 확장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지난달보다 강화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김중수 총재는 미국의 경기전망에 대해 "당초 Fed가 예상했던 속도보다 다소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둔화라고 보긴 어렵다"며 더블딥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물론 미국경제가 더 빨리 회복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수출이나 다른 여건을 봤을 때 좋은 것"이라면서도 "현재 미국의 상황이 우리경제성장 전망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중국에서 대해서는 "전체 도시에서의 주택가격이 급하게 올라가고 통화량도 가파르게 올라가는 등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크고 성장할 부분이 많아 크게 어려워 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됐다"며 다소 개선된 시각을 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경제 불안이 커진 것은 사실임을 인정했다. 따라서 대외경제 여건을 세심히 보겠다는 다짐도 이어갔다.
김중수 총재는 또 지난달 금리인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 금융시장·주택시장·가계·기업의 4개 부문 나누어 설명하며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주택시장 경우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흐름에 큰 변동이 생기지 않았으며,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부채부담이나 기업의 영업손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아직도 체크하고 있다"는 말로 지난달 금리인상의 영향을 좀더 확인할 시간이 좀더 필요했던 것이 이달 금리동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물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김중수 총재는 또다시 GDP갭을 언급하며 "앞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수요압력이 예상되고 국제 원유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될 듯하다"며 "특히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통화정책 방향 문구가 7월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에서 8월 '우리 경제가 금융완화기조하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으로 바뀐데 대해 "지난달에는 견조한 성장을 이끄는 것이 필요했다"며 향후 물가안정으로 관심이 더 옮아 갈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추석이 금리인상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지적에 대해 "금통위원들 중 누구도 추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고려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시장참가자들은 9월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9월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 있는 만큼 금리인상이 어렵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명확한 금리인상의 시그널을 제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물가를 강조하면서도 대외요인만 언급한 상황이라 해외 상황이 진정되기만 바라야 하는 건지 ‘애매해졌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전반적으로 총재가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이거가는 듯하다"며 "닫힌 것으로 보였던 9월 인상의 가능성이 다시 대두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분위기도 진짜 애매하다"며 "시그널이 있었다고 보기도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대체로 중립적이었다"며 "물가가 우선이라고는 했지만 해외요인들만 언급했고 특별한 시그널도 없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의 금통위 였던 것 같다"며 "금리인상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딱히 감지할 수는 없지만 금리동결의 이유가 대외요인 빼고는 없어서 더 헷갈린다"고 전했다.
한화증권의 박태근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통화 정책상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7월 금통위 시점에 비해 향후 물가안정 기조의 유지를 외형적으론 비중 있게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관점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이었다"며 "통화 정책의 결정시 정책 일관성이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보다는 단기적인 증시 등 내외 금융시장의 여건을 주시한다는 뉘앙스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금리인상 시그널이라고 보기엔 좀 밋밋했던 것 같다"며 "미국의 정책이나 지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다는 전제하에서 기습적인 인상 가능성 정도는 상정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중수 총재는 1명의 금통위원이 오랫동안 공석으로 유지된 데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다만 두 달 전 금통위에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인사권자가 아닌 금통위의장 입장에서 금통위원이 없어도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없어서 당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통화정책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